산은 “인수 관련 긍정적 시각” VS “검토된 바 없다”

[일요경제=임준혁 기자] 신임 정성립 사장이 취임한지 2주가 지난 대우조선해양이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STX프랑스 인수 제안으로 인해 (산업은행)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정성립 사장을 자리에 앉히자 반발하고 나섰던 노조의 마음을 간신히 달랜 지 불과 한 달여 남짓. 산업은행이 STX프랑스를 대우조선해양에 떠넘기려 하면서 파열음이 재차 나오고 있다.

최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를 인수할 경우 고급 크루즈선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세계적인 조선해운 전문매체인 트레이드윈즈가 산업은행 관계자와 직접 통화한 멘트가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트레이드윈즈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를 인수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길 바라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트레이드윈즈는 크루즈선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과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STX조선해양의 정성립 사장이 역시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점, 향후 아시아 지역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STX프랑스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올 들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대우조선해양의 현재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은 STX프랑스 인수에 부담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STX프랑스는 지난해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산업은행 품에 안긴 곳이다. 프랑스 생나제르에 위치한 STX프랑스는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 조선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크루즈선 건조를 담당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방위산업 분야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조선소다.

강덕수 전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대주주로 올라선 산업은행은 이후 STX조선해양에서 자산 매각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시도했다. STX조선해양이 지분 66.66%를 보유한 STX프랑스가 이를 위해 내놨던 대표적인 매물이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STX프랑스 매각을 완료하려던 산업은행은 원매자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조선업황 침체가 이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STX프랑스는 크루즈선 전문 조선소다. 불황속에서는 수요처를 찾기가 더욱 힘든 분야다.

여기에 2대주주(33.34%)로 올라 있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조속한 처분을 요구하는 항의까지 들어오면서 산업은행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산업은행이 대안책으로 삼은 것이 다름 아닌 자신들이 대주주로 올라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매물을 떠넘기는 방안이었다. 이달 초 대주주 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는 대우조선해양에 STX프랑스의 공식 인수를 제안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인수가격은 2000억원대 안팎으로 전해진다.

전술한 트레이드윈즈의 보도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확인해줄 수 없으나 대우조선해양의 STX프랑스 인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외신에 누가 인터뷰를 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정부가 크루즈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갖고 있는데다 한국 조선업계가 아직 크루즈선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를 인수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도 크루즈선 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으나 프랑스 정부는 중국 조선업계가 STX프랑스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기술이전 등의 문제는 협의를 통해 풀어야겠지만 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를 인수할 경우 크루즈선 시장 뿐 아니라 방산시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대주주 산업은행 의향 무시못해
대우조선해양은 STX프랑스 인수를 긍정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아커야즈(STX유럽) 인수를 검토했을 당시 이미 크루즈 전용선사를 보유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유리하다는 내부 판단을 내렸다. 다만 당시에는 산업은행의 반대로 인수가 무산됐다. 동종 사업분야를 이번에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가져가라고 한 것인 만큼 거부할 이유가 별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아커야즈 매각전이 벌어졌을 당시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기본적으로 자금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올해 3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이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단 240억원에 불과하다. 2006년 초까지만 해도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속된 업황 부진으로 유동성이 크게 약화됐다.

올해 1분기에는 빅배스(부실정리)까지 단행한데다 하반기 추가적인 장기매출채권 손실 반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 부진에 수급 전망도 불안하다. STX프랑스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 것도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입장이기 보다는 산업은행에서 흘러나온 말들이란 얘기도 들린다. 즉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대주주 눈치보기에 급급해 별다른 말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신임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가 친(親)산업은행 인사라 이번 STX프랑스 인수제안에 있어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내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산은 측근 정성립 사장 취임...인수위한 ‘워밍업’?
산업은행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조직에 몸 담았던 정성립 사장을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로 보내 추진중인 STX프랑스 인수에 가속도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관련 소위 ‘산은맨’으로 불리는 정성립 사장의 취임을 STX프랑스 인수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시각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은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정성립 사장이 대학 졸업 후 산업은행에 1년 정도 재직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그 뒤로 줄곧 대우조선해양에서 봉직해 왔다. 사회 초년생 시절 1년 근무한 것을 놓고 ‘산은맨’이니 STX프랑스 인수를 위한 터파기 공사 시작이니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뭐가 됐든 산업은행이 STX프랑스를 대우조선해양에 넘기려 시도하고 있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회사의 경영 사정 및 환경을 모르고 추진한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연임이 예상됐던 고재호 사장을 교체한 것도 잠재 부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됐었다. 결국 자신들에게 닥칠 수 있는 부실을 떠넘기기 위한 무리한 시도로 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대주주로서의 자격을 의심할 정도다.

한편 이번 인수설과 관련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STX프랑스 인수를 시도할 경우 총파업을 해서라도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갑의 횡포'라고 까지 언급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374%에 달하고 현금보유상황 역시 며칠 분의 운영자금에 불과한 238억원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STX프랑스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대우조선은 헤어날 수 없는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산업은행이 측근 정성립 사장을 앉히며 세웠던 대립각을 무너뜨린지 불과 한 달여도 지나지 않았다. 무리한 STX프랑스 매각 시도가 산업은행의 자충수가 될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STX프랑스 인수는 산업은행과 공동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인수자를 찾는 과정에서 대우조선에도 제안을 했을 뿐이고 여러 대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직접적으로 STX프랑스 인수를 요구한 적 없으며 인수여부도 전적으로 대우조선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관계자는 “STX프랑스 인수와 관련 어떠한 검토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에 STX프랑스 인수를 제안했다는 사실도 현재로선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STX조선해양이 아커야즈(STX유럽)를 인수할 당시 국내외 조선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조선시황이 최고 호황을 누리던 때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STX조선해양의 무모한 인수를 걱정했고 결국 유동성 위기로 인한 그룹 해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산업은행이 이러한 STX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STX프랑스는 대우조선해양이 인수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