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6일까지 물러나라" 유"사퇴할 이유 못찾겠다"

▲ 사진=청와대 박근혜대통령과 당내 친박계 의원들로 부터 퇴진을 요구받고 고민에 빠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오는 6일을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시한으로 사실상 못박았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사퇴할 이유를 못 찾겠다. 고민하겠다"고 밝힌 이후 원내대표로서 예전과 다름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를 등에 업고 '마지노선'을 설정한 친박계, 비박(비박근혜)계의 지원사격 속에 이를 돌파할 태세인 유 원내대표의 정면충돌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김무성대표가 어떤 묘수를 찾아내 당을 이끌어 나갈지 주목받고 있다.

◇친박계 "유승민, 6일까지 물러나라"

논란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1일에도 친박계는 외곽에서 유 원내대표 흔들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지는 6일 국회 본회의를 유 원내대표 사퇴의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이장우 의원은 "국회법 재의 처리가 매듭되는 시점까지 일단 기다려 볼 생각"이라며 "6일 정도에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친박계는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유 원내대표가 이달 하순까지 자리를 지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 불참했다. 회의에서 비박계와 얼굴을 붉히는 상황을 피하면서 지난달 2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를 거부한 유 원내대표를 향해 6일까지 거취를 정하도록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유승민 원내대표 '함구'…비박계 "사퇴 불가"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공세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정대로 최고중진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오후에는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인 국방위 전체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비록 '메르스 추경'을 위해 이날 오전에 열린 당정협의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원내 사령탑으로서 15조원 수준의 추경 편성안 처리를 진두지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고중진회의에서도 국회 일정 정상화에 따라 경제살리기 법안 등의 6월 임시국회 처리를 강조했다고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주어진 책무에 집중하는 '일로매진(一路邁進·한 길로 거침없이 나아간다는 뜻)'의 행보를 보이면서 거취 관련 질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출근길에는 "상황 변화가 없다"고 언급, 사퇴할 명분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한 마디로 떠밀리듯 물러나선 안 된다는 원내지도부 및 당내 비박계의 기류와 맥을 같이한다.

비박계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은 최고중진회의에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선 안 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최고위원들이 앞장서서 유 원내대표를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친박계가 '배수진'을 친 가운데 유 원내대표와 비박계가 정면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오는 6일을 전후해 당내 계파 간 대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극단적인 입장이 대립하면서 친박이나 비박, 박 대통령이나 유 원내대표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며 "파국을 막기 위한 묘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미묘한 움직임

국회 의사일정이 정상화된 가운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등을 소관기관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놓고 새누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인식차를 드러내면서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

▲ 사진=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놓고 새누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인식차를 드러냈다.
운영위원회는 청와대와 친박(親박근혜)계의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출석하는 운영위 전체회의가 열릴 경우 당청 간 '불편한 그림'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초 2014년 결산안 등의 처리를 위해 2일로 예정된 운영위 전체회의의 '연기'를 지시했으나 유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1일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운영위는 내가 연기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유를 묻자 "그걸 몰라서 묻느냐"고 반문하면서 "운영위를 지금 열어봐야 뻔한 결과가 나온다. 그것은 유 원내대표의 역할과 관계없는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운영위 일정이 "여야 간 아직 합의가 안 됐다"며 "어차피 다른 상임위들도 다 결산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위도 당연히 해야 한다"며 "(2일)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김 대표와 온도차를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오후에 다시 기자들과 만나선 "김 대표가 왜 그랬는지(연기를 지시했는지) 저는 모르겠다. 이해도 안 된다"고 한층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해결사'냐 '어정쩡'이냐…김무성의 고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충돌한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 사이에 끼인 김 대표는 친박, 비박으로부터 모두 '결단'을 내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심지어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설까지 거론되며 지도부 와해 시나리오마저 나온 상황이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 대표는 거부권 결정이 났던 지난달 25일에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지만, 청와대와 친박계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29일에는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정할 일"이라며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말을 바꾸고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도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한때 제기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최근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당 대표로서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 대표로서 균형추 역할을 하지 않고 어느 한 쪽으로 기울게 되면 총선을 앞두고 극심한 내홍에 휩싸이며 결국 당이 파탄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묘안 마련에 부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충돌한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서 김무성대표가 고민에 빠졌다.
다만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대통령 뜻이 확인된 이상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파국을 막기 위해 유 원내대표가 명예회복을 하면서 '퇴로'를 찾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내 '파국'이라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유 원내대표는 본인 의사와는 달리 떠밀려 사퇴를 할 것인지, 김무성대표가 추천? 하는 '명퇴'를 할 것인지로 선택의 폭은 좁혀진다.

김무성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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