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의 모순된 이면성을 세계에 일깨워야

▲ 사진=강제노동을 시켰음에도 이를 부인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나가사키 근해 하시마섬(일명 군함섬) 탄광의 주거로 쓰인 건물의 잔해.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일본의 근대산업시설이 한일간 합의와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됐음에도 조선인 강제노역을 둘러싼 한일 간 해석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한일간 원만한 합의로 관계개선의 선순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일본이 등재 결정문에 반영된 표현이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자국 산업시설로 강제징용된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강제노동'을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설명할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이 7일 보도했다.

지난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정부 대표단은 영어 성명을 통해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산업 시설에 "의사에 반(反)해 끌려간" 한반도 출신자 등이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고 밝혔다.

그럼에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스가 관방장관은 "(forced to work가)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고, 일본 정부의 성명 번역본은 강제성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원하지 않는데) 일을 하게 됐다"는 표현을 썼다.

일본이 국제적 기준·관행에 비춰 일반적으로 강제노동으로 통용되는 'brought against their will'(의사에 반해), 'forced to work'(강제로 노역) 등의 표현을 결정문에 반영했음에도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일본 내부의 보수층이나 우익세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부의 사정과 의중이 국제적 사건에 반영되거나 통용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강제 노동 인정 여부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 일각에서는 이런 논란의 여지를 준 것 자체가 외교적 실책이라며 외무성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것 또한 고도의 노림수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대한 답은 루스 배네틱트의 저서 <국화와 칼>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의 '모순된 이면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왜곡된 역사인식의 뿌리이고 모태이기 때문에 이같은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것 아닌지 되짚어봐야 하겠다.

한편 <국화와 칼>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가 쓴 일본 연구서로 문화인류학적 방법론을 통해 일본 문화의 원형을 탐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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