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0만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는 롯데마트·롯데슈퍼에 대한 불매운동과 함께 롯데카드도 받지 않을 예정이다.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의도치 않게 반일 감정을 건드렸다.

롯데 불매운동이 목적인 인터넷 카페도 벌써 두 곳이나 생겼다. 롯데 계열사 명단은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지목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닌다.

‘누리꾼 수사대’는 롯데 총수일가인 신씨 집안 들추기에 나섰다.

신 전 부회장이 국내 언론과 일본어로 인터뷰한 것과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들들의 일본 이름을 부르며 일어로 대화한 것,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신동빈 회장의 한국어 구사능력 등이 국민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일본계로 드러나면서 국민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듯하다.

신씨 일가가 매년 일본 신사를 참배한다는 의혹을 산 사실과 2009년부터 일본 롯데가 일본빙상연맹을 후원하면서 아사다 마오가 올림픽에서 롯데 마크를 단 유니폼을 입은 사실이 SNS를 통해 떠돌고 있다.

광복 70주년 분위기에, 항일운동을 그린 영화 ‘암살’의 흥행, 위안부에게 사과조차 않는 일본 아베정부를 향한 비난이 겹쳐진 결과로 보인다.

어쩌면 경영권 갈등 수습보다 돌아선 민심을 붙잡는 게 더 시급한 문제일 수도 있다.

롯데에 대한 반감은 불만 토로에 그치지 않았다. 700만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최승재)은 롯데마트·롯데슈퍼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업소에서는 롯데카드도 받지 않을 방침이다.

10일 열리는 기자회견장에는 슈퍼마켓점주, 비브랜드 편의점주 등 3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참석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강갑봉 슈퍼마켓연합회 회장은 "롯데상품을 매장에서 팔지 않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6일부터 조직원들의 의견수렴을 시작했고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롯데상품을 슈퍼에 입고시키지 않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특혜로 사회적인 기업이 된 롯데가 책임을 다하기 보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은 경영권분쟁이 마무리된다하더라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쏟아진 '反롯데-反기업정서'를 극복해야 하는 짐을 떠안게 됐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