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생 성적조작 위증ㆍ교내 성추행 은폐 의혹, 하나금융 운영비지원 대신 '입학특혜' 선택?

▲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자사고 하나고등학교 전경,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설립한 유명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가 입학성적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전 하나금융 회장)과 정철화 교감은 서울시 교육청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6~27일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열고 하나금융지주가 설립한 하나고가 입학 전형 때 남녀 비율을 맞추느라 남학생을 더 뽑기 위해 지원자들의 입시 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했다.

지난 26일 열린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하나고 전경원 교사는 “하나고가 남학생 수를 늘리고 여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남학생 지원자의 점수에 보정을 줬다”고 밝혔다.

남녀 성비를 강제로 맞추기 위해 여학생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남학생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줘 성적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전모씨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자립형사립고 설립을 취소할 사유”라며 “입시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 하나고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직원의 자녀가 일으킨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사실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위에 참석한 하나고 정철화 교감은 “2013년 7월 서울시 교육청 감사 때 성비 조정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기숙사 수용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교육청이) 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도 "감사 결과 거기에 대해서 특별하게 지적이 없었다는 것으로 봐서 교육청에서도 어느 정도 그것에 대해서 이해가 있었던 걸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26일 서울시의회 하나고 비리 의혹 행정사무조사

김 이사장과 정 교감의 발언은 모두 시 교육청이 성적 조작 사실을 인지하고도 하나고의 기숙사 수용인원 현실을 고려해 '묵인'하거나 '양해'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 감사관실은 이는 사실과 다른 얘기라며 김 이사장과 정 교감이 위증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교육청 김형남 감사관은 "이번에 폭로된 성비균형을 맞추기 위한 입학 성적조작 의혹은 당시 감사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시 교육청이 2013년 7월 감사에서 성적 조작을 파악한 사실이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 의회는 하나고에 대한 감사 결과 등을 면밀히 살펴본 후 하나고 관계자들을 지방자치법 41조에 따라 위증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고는 하나금융의 학교법인인 하나학원이 2010년 세운 자립형사립고다. 이 학교는 현재 자율형사립고로 바뀌었다.

지난 2009년 하나고 설립 당시 학교법인 하나학원 김승유 이사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체결한 '하나고 부지 임대차계약'에는 하나학원이 서울시로부터 은평구 소재 하나고 부지를 50년간 임차하면서 학생납입금 대비 8:2이상의 학교운영비를 내도록 명시했다.

하나금융은 하나학원을 통해 하나고 설립에 845억원을 출연했다. 하나고는 2012년 상반기까지 하나금융의 기부금 30억원을 매년 받았다.

그러나 2013년 개정된 금융지주회사법에는 '출연회사 임직원에 대한 대가성이 있으면 공익법인에 대한 출연금지' 규정에 따라 하나금융은 2012년 하반기부터 기부금을 끊고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하나금융은 임직원 자녀에 대한 특혜를 포기하는 대신 서울시와 계약을 위반하면서 신입생 200명 가운데 20%인 40명을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들에 대한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27일 열린 특별위원회에서 장인홍 서울시의원은 "임직원들 사이에 하나고 특례입학 전형에 자식을 입학시키려고 치열한 경쟁과 갈등이 있다고 들었다"며, "하나고는 매년 학교발전기금이 막대하게 들어오는데 500~1000만원씩 용도가 지정되지 않은 채 학교가 알아서 쓰라는 기부가 대부분이다. 임직원 학부모들이 자식의 입학을 위해 경쟁적으로 기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또 장의원은 이사회 회의록도 이중 작성이거나 위조된 사인, 도장으로 일괄 작성된 것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하나고 특별전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하나금융은 학교를 운영하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와 학원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을 설득하고 이사회를 열어 심사숙고하겠다”고 대답했다.

이틀간의 서울시의회 특별위원회를 통해 하나고는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의 아들 폭행사건을 조용히 덮어버렸다는 증언과 입학생 성적을 조작한 내용이 나왔다. 또 일부 고위층 자녀들의 성추행을 덮어줬고, 김승유 이사장은 사립학교법을 어기면서 기간제 교사를 이사장 면접만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했으며, 설립 인허가 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쏟아졌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10월22일까지 하나고를 대상으로 행정사무조사를 진행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하나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고는 설립 인허가 과정부터 서울시의 장학금 지원 등 각종 특혜 논란에 휩싸여왔다. 하나고를 둘러싼 특혜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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