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조건으로 공정거래 위반, 짝퉁판매 과실 무마 허풍보장

▲ "농구를 하다 발목을 다쳤다"며 국회 증인 출석을 거부한 쿠팡 김범석 대표.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국내 소셜커머스 빅3업체의 '갑(甲)질' 논란이 국감 속으로 들어왔다.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프 등 이들 업체가 어느덧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협력업체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갑질을 행해왔다.

14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 첫날 소셜커머스 업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들로부터 공정거래법을 어기며 협력업체에 독점공급을 강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지난 14일, 16일 국감에서는 협력업체에 '독점공급'을 강요해 물의를 빚고 있는 쿠팡(대표 김범석)이 짝퉁상품 판매와 '뻥튀기' 판매보장으로 진품 판매업체를 도산으로까지 몰아넣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6일 국회 산자위 소속 홍영표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쿠팡은 작년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스윙고'라는 업체의 특허제품(특허등록 제954496호·2010년 4월 15일 등록)인 등산용 힙색(허리에 두르는 소형 배낭)을 공급받아 판매했다.

그러나 쿠팡이 'L'업체로부터 납품받아 판매한 제품은 생산자(스윙고)가 출고한 적이 없는 '무자료 거래 제품'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짝퉁'을 사들여 판매한 셈이다.

쿠팡은 아직 판매 제품들의 정확한 유통경로나 진위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홍 의원은 "성남의 이른바 '땡처리(재고처리)' 시장 제품들을 공급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원생산자 스윙고는 가짜 제품 AS(사후관리 서비스) 신청을 받고서야 쿠팡의 짝퉁 판매 사실을 알았다. 짝퉁 판매 당시 스윙고 홈페이지의 상품 설명과 상호가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에 AS 요청이 스윙고 쪽으로 접수된 것이다.

▲ 창고에 재고만 쌓인채 도산한 '스윙고' 업체

원생산자 스윙고는 즉시 쿠팡 측에 항의했고, 작년 4월 23일 쿠팡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2만원대에 블랙야크·빈폴 등 유명 아웃도어·패션 브랜드에 공급되던 제품이 쿠팡에서는 1만원대에 헐값으로 팔리자 기존 거래선들이 떨어져 나갔다. 스윙고는 이미 쿠팡의 짝퉁 판매로 큰 피해를 본 상태였다.

쿠팡은 뒤늦게 스윙고에 '시가 20억원 상당, 5만개 판매 보장'을 제안하며 짝퉁 판매 과실에 대한 무마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로 쿠팡이 판매한 스윙고 제품은 1천5백개뿐이었고, 결국 이 업체는 도산했다.

홍 의원이 공개한 스윙고 김정수 대표와 쿠팡 구매담당팀장과의 대화 녹취에서는 김 대표가 "우리(쿠팡)가 보상 차원에서 5만개 정도, 자기가 봤을 때 제품이 괜찮으니 팔 수 있는데, 그렇게 해주면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팀장이 얘기했지"라고 묻자 해당 팀장은 "예"라고 사실을 인정했다.

홍 의원이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에서 녹취를 직접 들려주며 사실 관계를 따져묻자 박대준 쿠팡 정책실장은 "(녹취 내용을) 처음 듣는다. 확인해보겠다"고만 답변했다.

홍 의원은 다음 달 6일 열리는 산자위 종합 때까지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고 쿠팡에 요청한 상태이다.

김정수 스윙고 대표는 "5만개 판매를 보장한다고 해놓고, 이후 판매량이 적다고 항의하니 MD(판매담당자)가 '아직도 그 딜(판매)을 하고 있나요'라고 묻더라. 가짜를 팔아 피해를 입히고도 그렇게 뻔뻔하게 나오니 지난 3월 제기한 소송을 취하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녹취 등 증빙 자료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 대한 공식 답변을 요청하자 쿠팡은 "L업체에 정상적으로 세금계산서 발행했기 때문에 무자료 거래가 아니다"라며 "5만개 개런티 주장이나 스윙고 파산 원인이 쿠팡에 있는지 등에 근거가 없어 우리도 공갈미수 등의 혐으로 고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같은 쿠팡 해명에 대해 김 대표는 "날 고소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내가 공갈·협박한 것이 사실이면 지난주에 왜 쿠팡 사람들이 합의하자고 찾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감에서는 앞서 쿠팡이 공정거래법을 어기고 협력업체에 독점공급을 강요했던 사실도 지적했다.

협력업체와 업무제휴 협약서 등을 체결하면서 "쿠팡과 경쟁하는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와 동일한 관계(판매기간·판매조건·판매상품)를 맺지 않기로 한다"고 못박는 등 '배타조건부 거래'를 통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산자위 국감 자리에 증인으로 채택됐던 김범석 쿠팡 대표는 "농구를 하다 다쳤다"며 참석하지 않고 박대준 정책실장을 내보냈다. 신현성 티몬 대표와 박은상 위메프 대표는 모두 국감현장에 참석해 직접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쿠팡은 단순 수수료 사업에서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성원으로 지난해 매출 3484억원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던 쿠팡의 이면에는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었다는 것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올해 말에는 소프트뱅크로부터 신규로 1조원의 현금을 수혈받는다. 벤처 역사상 전무후무한 규모의 자금수혈로 가진 게 돈 밖에 없는 쿠팡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가늠하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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