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바이두 등 거대 IT기업 발빠른 행보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소프트웨어(SW)가 근본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하드웨어(HW) 분야와의 기술 융합에 힘을 쏟고 있다.

PC에서 모바일로 생활이 이동하는 한 시대를 지나 이제는 모바일을 뛰어넘는 하드웨어 영역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발휘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로보틱스(로봇 기술), 모빌리티(무인·전기 자동차 기술), 스마트홈(가정용 사물인터넷 기술)과 같은 실생활 하드웨어 분야와의 기술 협력을 골자로 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블루'(BLUE)를 발표했다.

분야별 투자액을 보면 2020년까지 로보틱스에 400억원, 모빌리티에 400억원, 스마트홈 분야에 100억원, 하드웨어 기반의 벤처기업 투자에 100억원 등 총 1천억원에 이른다. 네이버의 기술 연구소인 '네이버 랩스'가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네이버가 밝힌 프로젝트 블루의 두 가지 키워드는 '기술 협력'과 '글로벌'이다.

자사가 가진 소프트웨어 역량을 우수한 하드웨어 기술과 결합해 모바일을 뛰어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특히 '생활형' 하드웨어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술 발전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여러 상황에서의 문맥(context)을 파악해 상황별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일례로 무인 자동차라는 하드웨어 분야와 융합하면 이 차의 운전자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네이버 지도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의 이런 시도는 세계 IT 업계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미국의 구글과 페이스북, 중국의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 등과 같은 거대 IT 기업들은 일찌감치 하드웨어 융합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하드웨어 분야에 진출한 구글은 2009년부터 무인차 개발을 시작해 현재 상용화 직전 단계에 도달했다.

최근에는 무인차 사업부문의 최고경영자(CEO)로 존 크래프칙 전 현대자동차 미국 판매법인 CEO를 내정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페이스북도 무인기(드론), 가상현실(VR) 기기 등 하드웨어 제품과 관련 서비스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인터넷 연결용 드론인 '아퀼라'는 올해 말 시험 비행에 나서며, 기기를 여러 각도로 기울이면서 360도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촬영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특히 무인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중국의 대표 검색포털 업체인 바이두는 올해 자체 개발한 무인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인터넷서비스 업체 텐센트도 자동차 제조업체와 합작하거나 자동차 하드웨어 설비를 출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집 안과 자동차 안, 거리, 사무실, 병원 등 곳곳에서 다양한 상황에 있는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핵심 서비스인 기업이라 하드웨어 분야 연구에 관심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같은 연구개발 움직임을 하드웨어 제조업 진출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지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용자의 상황적 문맥을 파악해 그 의도에 맞는 하드웨어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일 뿐 하드웨어 제조 자체나 판매와 같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움직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구글의 한 임원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자동차 제조회사가 될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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