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기종 선택권' 조건으로 파견 제안 '논란', 아시아나 "근거 없다"

▲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에어서울 출범과 함께 부기장들에게 ‘조건을 내건 파견’을 내세우고 있어 내부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에 이어 두 번째로 에어서울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인력들을 에어서울로 채용하기 위해 대규모 승무원 모집 계획과 함께 부기장들에게는 ‘조건을 내건 파견’을 내세우고 있어 내부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는 장거리 국제선에 치중하고 에어서울은 단거리 국제선 및 국내선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에어서울에 근무할 승무원은 내년 초 채용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에어서울로 경력직을 보내기 위해 기존의 부기장들에게는 “에어서울 2년만 다녀오시면 기종 선택권을 드립니다”라며 파견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은 아시아나항공에서 근무하는 부기장들이 B747 항공기를 운항하면서 빡빡한 스케줄과 근무여건이 열악하다고 느끼는 점을 들면서 B747 조종에서 면제해주면서 2년 후의 기종 선택권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부기장들에게는 회사 측의 ‘B747 조종 면제’를 내건 에어서울 파견 제안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아직 실체도 없는 자회사 발령에 대한 두려움과 비합당한 파견 조건 등을 내세운 회사에 대해 볼멘소리를 털어놨다.

한 아시아나 부기장은 “다들 꺼려하는 B747에 대한 운항 스케줄 개선과 보상 등 비행 환경개선이 급선무인데 개선 의지보다는 오히려 열악한 환경을 파견 제안에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남게 되는 사람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파견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서 또 다른 부기장은 “에어서울은 아직 경영 상황이나 향후 비전이 검증되지 않은 실체가 없는 회사고, 설령 에어서울로 파견을 갔다 하더라도 2년 후 기약보다는 그 곳에 눌러앉게 될 수도 있다”라며 “서열에 따라 소형기에서 대형기로 전환하는 시스템이 사실상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종선택권을 내걸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회사 차원에서 아직 공식적인 승무원 채용공고나 부기장 파견 공고가 나간 것은 아니다"라며 "부기장들 파견 계획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년 후 기종선택권을 주겠다는 제안한 것은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B747기종 근무환경 개선을 놓고 부기장들 사이에서 떠도는 얘기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의 에어서울 설립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에어 주주와 지역 상공계, 경쟁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대가 상당한 데다 정부도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6%의 지분을 갖고 있는 에어부산과는 달리 에어서울은 아시아나 항공이 100% 투자하여 출범하는 항공사이다. 김해공항을 기반으로 한 에어부산에 이어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국제선 중단거리 운항을 맡을 제2의 LCC 에어서울 설립을 자본금 150억원을 들여 올해 초부터 추진해 왔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2분기인 4월에서 6월 사이에 에어서울 취항을 목표로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면허신청을 냈다.

에어서울은 일본 노선으로 오키나와 도야마 구마모토 마쓰야마 아시히가와 시즈오카 미야자키 요나고 다까마쓰 등 9개 노선, 중국은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 등 3개 노선을, 동남아시아로는 캄보디아 프노펜 씨엠립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베트남 다낭 등 3개국 4개 노선을 신청했다.

에어서울 첫 운항은 아시아나에서 임대한 200석 미만 기종 AA321-200 기종 3대로 시작해 2017년까지 총 5대의 제트항공기를 운항할 계획에 있다.

한편 최근 제주항공 상장 등 저비용하공사의 성장은 아시아나항공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인천공항 항공운수 현황’에 따르면 LCC 9월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6% 증가했지만 아시아나항공 국제수송객 증가율은 1.6%에 그쳐 거의 제자리리걸음 수준이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핵심 사업인 항공운송 부문 중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중·단거리 국제 노선을 저비용항공사에 내주고 있어 어려움은 더 커졌다.

이러다보니 재무상황은 최악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 출범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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