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중국발 암초'에 직면해 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일요경제>에 지난 12일 나고야 의정서 '생물다양성협약' 정식 발효로 국내 제약업계가 중국산 생물유전자원 원료와 천연의약품 특허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해 왔다.


◆ 한국, 중국 생물자원 의존도 절반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 국내 한약재 생산액은 1930억원이며 대중국 수출액은 320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중국 수입액은 전년에 비해 16.21% 늘어난 1160억원으로 매해 증가추세에 있다. 약용작물 국내 소비량중 약 50%가 중국산이다. 


중국정부는 1962년부터 10년간에 걸쳐 실시된 전국 중약자원 기초조사를 통해 총 1만2807종(식물 1만1146  동물 1581  광물 80)을 발굴해낼 정도로 일찍부터 천연물의약품 생물원료의 경제적가치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 결과 중국 역내에 고등식물 3만여종(세계 10%) 척추동물 6347종(세계 14%)이 서식하는 생물자원 부국이 됐다.   


이는 중국을 생약(한약재) 수출강국로 만드는데도 일조했다.


동아ST 손미원 상무는 "중국 천연물 의약품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5%의 고성장을 기록해 왔고 앞으로도 그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육성 지원, 천연물 개발 업체들의 현대화 노력, 처방 천연물의약품의 보험 급여, 인프라 확장, 환자들의 천연물 의약품에 대한 긍정적 인식 등이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 당장 파급효과 없지만 중국 내년 1월 비준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앞으로 세계 각국은 생물유전자원을 해외로부터 들여와 이용할 때에는 해당 비준국의 법에 따라 승인을 받고 그로부터 얻은 이익도 공유해야 한다.


원료수입료 뿐만 아닌 로열티 개념의 자원이용료와 제품 판매로 얻는 이익 일부도 나눠야 한다.

 
일례로 동아ST의 천연물신약인 '스티렌정'은 약쑥의 입사귀를 말린 애엽을 주성분으로 한다. 문제는 국내공급이 여의치 않아 애엽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 생물다양성협약에 의해 동아ST는 애엽의 로열티를 제공해야 한다.


사정이 이러해도 국내 제약사는 아직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됐지만 생물자원 보유국과 이용국간 협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ST 관계자는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른 문제라면 제약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인식한다"며 "생물유전자원을 수입하는 제약사가 구체적인 대응을 내놓기 위해서는 양국(자원이용국과 자원보유국)이 맺은 협의안이 나와야한다”고 <일요경제>와의 통화에서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장현숙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유전자원 주요 수입국인 중국, 미국, 호주 등이 아직 나고야 의정서에 비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파급효과를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아직 국내 제약업계가 확실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나고야 의정서 비준에 앞서 환경보호부에서 관련자료를 검토 및 수정중에 있다. 예상대로라면 내년 1월 의정서를 비준할 예정이다.  


◆ 중국, 생물자원 시대 준비 완료


중국은 생물자원의 확보, 개발 및 집중관리를 정부차원에서 주도하면서 나고야 의정서 발효이후 시대를 대비해왔다.


중국은 공기관인 미생물보존센터로 하여금 60여개의 기관이 수집한 생물자원을 집중관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연간 2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국가지식재산권전략요강’을 공포해 전통의약지식재산권의 관리, 보호와 이용협조 체제 개선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냈다.


또한 2020년까지 생물유전자원을 포함한 전통지적재산의 조사, 문헌화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풍부한 천연물 사용 지식을 바탕으로 천연물 의약품 경쟁력을 구축하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자국내 의약품시장에서 천연물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23%(EU 1.1%, 미국 0.01%)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높다. 

 
반면 우리나라 특허청은 올 3월부터 ‘생물자원 특허정보 분석 및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 10월에 특허 생물자원 데이터베이스 자료 구축을 완료했다.


우리나라는 생물자원의 보유국이 아닌 이용국이다.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3587종의 생물자원 중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은 섬백리향, 애기닥나무, 지리터리풀, 솜다리, 개느삼, 개시닥나무, 범의귀, 황칠나무, 금꿩의다리, 매미꽃으로서 10종에 불과한 실정.


경상대학교 법과대학 류예리 교수는 <일요경제>와 통화에서 "약용작물 국내 소비량 중 50% 가량이 수입산이며 그 중 절반이 중국산으로 한약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과의 분쟁가능성이 예상된다"며 "중국은 이미 일부 개별법령에서 ABS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행법안에서는 중국의 유전자원 반출, 이익공유,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 등에 관해 규정을 엄격히 제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중국 법규내용이 향후 중국의 유전자원 및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에 끼칠 영향을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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