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후진적…대기업 '베끼기' 어제오늘 일 아냐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CJ그룹 계열사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가 또 디자인 '베끼기'로 물의를 일으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서야 공식적인 사과문을 내놨다.

지난 2009년에 국내 한 작가의 이미지 무단 도용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뚜레쥬르가 이번에는 영국의 작가 작품을 무단으로 도용하다 들통이 났다.

지난해 12월28일 영국의 삽화 작가 짐 필드가 트위터 개인 계정에 뚜레쥬르의 비양심적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짐 필드는 “이 골칫거리 인간들(뚜레쥬르)이 내 작품의 잘못된 버전을 자기네 케이크 위에 얹어 팔고 있는 걸 어떻게 막을까”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글과 함께 뚜레쥬르의 연말 제품 사진을 올려놓았다.

짐 필드는 ‘these swines’(역겨운 것들)라는 표현까지 썼다.

▲ (왼쪽) 영국 삽화가 짐 필드가 자신의 트위터에 뚜레쥬르의 디자인 표절을 항의하는 트윗. (오른쪽) 뚜레쥬르가 케이크 디자인 표절 논란 이후 홈페이지에 띄운 사과 공지.

실제로 짐필드의 디자인과 뚜레쥬르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포장지 디자인을 살펴보니 산타클로스, 다람쥐 등의 이미지가 거의 똑같았다.

이틀 뒤에는 알렉스 스미스라는 다른 그림 작가가 “뚜레쥬르가 크리스틴 핌과 내 작품도 훔쳤다”는 글도 올라왔다.

인터넷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었으나 뚜레쥬르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있다가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뒤늦게 12월31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웠다.

뚜레쥬르는 짐 필드 디자인 표절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사과문에서 뚜레쥬르는 “디자인 팀에서 해당 작가에게 문의를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 같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뚜레쥬르는 이번 디자인 표절에 관련해 “현재 작가와 연락해 보상 등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뚜레쥬르는 지난 2009년에도 국내 작가가 김연아 선수를 그린 작품을 포장 용기 등에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 짐 필드의 작품(왼쪽), 뚜레쥬르의 크리스마스 제품 디자인(오른쪽)

뚜레쥬르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베끼기 작업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이랜드그룹은 2월, 5월, 11월 세번이나 중소기업 제품 디자인을 도용해 쓰다 적발되기도 하고,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횡포'의 대명사 남양유업도 중소기업의 상표를 유사 도용해 톡톡히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중국 욕할 거 없다. 창피한줄 알아야(jnl0****)”, “(뚜레쥬르) 담당자가 한 일은 표절이나 하면서 당당하게 내놓았겠지. 부끄러워해야(siny****)”, “완전 미쳤다. 저게 뭐하는 짓이야. 자존심도 없냐(rain****)”, “진짜 모르고 한 일일까(bant****)”, “반대로 뚜레쥬르 거 누가 표절했으면 아마 대대적으로 고소했을 것(vita****)”등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뚜레쥬르는 “해당 홍보물과 게시물을 철수하고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문제가 된 것을 보고서 표절인 것을 알았고 바로 지체하거나 발뺌하지 않고 원작자에게 사과했다”며 “창작물의 저작권을 훼손한 데 대해 보상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1,275개 점포를 운영 중인 뚜레쥬르는 미국과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남부의 행정관광 도시 보고르(Bogor)시에 처음 진출했다고 4일 밝혔다.

국내 제빵 기업 중 최대 규모인 뚜레쥬르가 해외에 214개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사업영역을 세계로 넓히고 있지만 사업성에만 눈이 멀어 기업문화는 후진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행태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