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마리 토끼 잡으려는 정책, "금융시장기능 약화 부작용 우려"

▲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마이너스 금리정책 발표.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 완화책으로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기준금리를 -0.1%로 채택했다. 사진은 이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도표를 가리키며 마이너스 금리 채택 이유를 설명하는 모습.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일본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한 이후 일본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실제로 10억원을 1년 맡기면 단돈 8000원의 이자가 붙는 초저금시대가 온 것이다.

일본은행의 극약처방식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금융시장에 장기적인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2001∼06년 제로금리를 도입했을 때 금융기관은 수익을 올릴 수 없었고, 단기금융시장의 기능이 저하된 가운데 자금은 물론 인재까지 유출돼 '단기시장의 죽음'이라고 불렸다.

이때의 경험을 근거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금융완화로 시라카와 마사아키 당시 일본은행 총재는 플러스 0.1%의 금리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금융시장이 다시 죽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문은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 위험이 지적돼도 2%의 물가상승 목표를 내세우는 일본은행은 당장은 완화 자세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금융시장의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일본은행 기준금리 추이

신문에 따르면 이미 채권시장의 동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말에 이어 주초에도 장기금리는 사상 최저를 경신했다.

10년만기 채권까지 마이너스 금리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 일본 시중은행 자금운용 담당자는 신문에 "일본은행의 당좌예금에 맡기는 돈에 마이너스 금리(보관료)가 붙는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플러스의 금리가 붙는 국채를 사서 운용하는 쪽이 더 낫다"고 토로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라 많은 시장참가자들은 조금이라도 플러스의 금리가 붙는 국채로 자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금 대이동으로 인해 장기국채 금리까지 추락하고 있다.

이런 시장 분위기로 마이너스 금리와 국채 매수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일본은행의 정책이 정말로 잘 될 것일지를 반신반의하는 시장참가자가 적지 않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닛케이평균주가가 대폭 상승했다. 저금리와 엔화약세의 수혜주인 부동산이나 자동차관련 주가가 많이 올랐다.

신문은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은 경기부양 효과에 자신을 가질 수 없어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유럽중앙은행(ECB)이 2014년 6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ECB가 노린 만큼의 정책 효과는 달성되지 않고, 경기는 여전히 약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간은행들은 예금금리를 계속 내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주택론 금리도 계속 하락하면서 주택론 대출자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등 이례적인 마이너스금리정책 영향이 가계나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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