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3사 공개 매각과 현정은 회장 사재출연도 즉시 착수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에 따라 대북경협이 올스톱되는 악재가 겹치자 현대그룹 관계자들 사이에선 예상했던대로 한숨이 뒤섞여 나왔다.

대표적인 남북경협주로 꼽히는 현대상선 주식은 지난 11일 주식시장에서 19.57% 떨어진 244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현대그룹은 이미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자본잠식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하지만 전날에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남측 인원의 추방 조치를 전격 발표하면서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인 현대아산 직원들의 무사 귀환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 가능성 보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무기한 보류

현대그룹 관계자는 12일 "대북사업은 선대회장들의 유업으로 사업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독점사업권자로서 민간기업에서는 현대그룹이 유일한 적임자"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남북간 협의가 잘 이뤄지길 바라면서 내부적으로 의지를 갖고 준비를 잘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내 숙박시설인 송악프라자와 송악프라자 내 면세점, 한누리 주유소 등을 운영해왔다. 남아 있던 직원 8명은 전날 밤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무사 귀환했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내 자산 규모를 4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개발과 금강산·개성관광 독점사업권자 지위를 갖고 있다. 2008년 남측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이후 7년 넘게 관광사업이 중단되면서 지금까지 1조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아산 측은 인력을 최소 규모로 줄이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건설사업 등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현대아산은 현대상선 아래에 있었지만 현재는 같은 그룹 계열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최대주주다. 현대상선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지난달 말 현대아산 주식 808만주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참여하는 대북경협 사업 중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있다.

현대상선은 포스코, 코레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남북한과 러시아 간 3각 물류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타진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 등을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의 철도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화물선에 옮겨 실어 국내 항구로 가져오는 복합물류사업이다.

그동안 3차례 시범사업을 통해 경제성 점검이 이뤄졌고 실제로 단축된 항로로 유연탄·생수 등의 물자를 실어나르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정부의 초강경 대북제재로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무기한 보류가 불가피해졌다.

현대상선 측은 항로가 개설돼 현실화한 사업이 아니라서 당장 가시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현대상선 위기 돌파는 동시다발로 진행

현대상선은 지난주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이 40.4%로 50% 이상 자본잠식이 진행된 상태라고 공시했다. 2014년 2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나 2015년에는 44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재무제표상 상황은 최악의 국면이지만 자구안은 실행에 옮겨지기 시작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비협약채권 조정과 용선료 조정 등으로 채권단이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자구안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전사적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우선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하는 본 계약을 지난주 체결했다.

매매대금으로 최대 1억달러(1200억원)를 제공하고 3억5천만달러의 차입금을 떠안는 방식이다.

현대증권 등 금융3사 공개 매각과 현정은 회장의 사재출연도 즉시 착수된다.

그룹 차원에서 현대상선이 보유 중인 현대증권 지분 담보대출과 현대아산 지분 매각으로 700여억원, 현정은 회장의 사재출연 300억원 등으로 1천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채권단은 비협약채권이 많은 현대상선의 채무구조 특성상 자율협약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고 출자전환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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