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 그룹 회장 물러나면서 박정원 차기 회장 추천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회장직을 물러나면서 2일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조카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천거했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두산그룹이 4세 경영의 시대를 맞는다.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차기 그룹 회장을 맡기로 한 것이다.

박용만 회장은 2일 ㈜두산 이사회에서 그룹 회장직에 사의를 표명하고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회장을 천거했다. 두산그룹은 관례적으로 그룹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해왔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만 회장의 맏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박용만 회장의 조카다.

박용만 회장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현 시점에서 승계 작업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들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박정원 회장으로 승계하는 문제에 대해 자주 지인들에게 언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896년 '박승직 상점'으로 시작, 올해 창립 121주년을 맞는 두산그룹은 이로써 '형제의 난'까지 겪었던 3세 경영 시대의 막을 내린다. 그리고 다른 그룹에 비해 빨리 4세 경영 시대를 맞게 됐다.

두산은 그동안 '형제 경영'과 '장자상속'의 원칙에 따라 박용곤 현 두산그룹 명예회장→박용성 두산그룹 전 회장→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순으로 형제들끼리 회장을 넘겨주며 그룹을 운영해왔다.

박용만 회장은 후임으로 자신의 자제가 아니라 조카인 박정원 회장을 추천했다. 형제 경영 대신 '후대 경영'의 시대를 암시하는 부분이다.

과거 두산은 과거 형제 간의 갈등이 폭로전으로 번지면서 일가가 기소까지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두산은 2005년 고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인 박용성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줄 때만 해도 가족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며칠 뒤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의 회장 취임에 반발해 검찰에 그룹의 경영현황을 비방하는 투서를 제출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그 과정에서 분식회계 등 오너 일가의 치부가 드러나 충격을 줬다.

현재 이들의 자제들은 중역으로 그룹 계열사 전반에 포진해 있다.

장남 박용곤 명예회장의 자제인 박혜원 두산매거진 전무,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을 비롯해 차남 고 박용오 회장의 자제인 박경원 성지건설 전 부회장, 박중원 성지건설 전 부사장 등이 있다.

3남 박용성 회장의 자제인 박진원 전 두산산업차량BG 사장과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을 비롯해 4남 박용현 이사장의 자제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과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5남 박용만 회장의 자제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등도 경영능력을 펼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을 시작으로 이들 4세의 지분 및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한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두산 측은 전했다. 또 두산 인재양성 강화 등을 위해 설립된 DLI㈜회장으로도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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