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4명 포함 6600개 시험용 타이어 빼돌려 싼값에 유통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지난달까지 노조와의 협상에서 9개월 끌어오면서 겨우 잠정 협의안을 마련한 금호타이어에서 다수의 직원들이 수년간 시험용 타이어 6천여개를 빼돌린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매각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도 매각을 서두르고 있고 박삼구 회장도 금호산업을 통해 인수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시험용 타이어가 4년간 무단으로 반출되는데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던 금호타이어가 뒤늦게 지난해 11월 자체 감사를 통해 불법 사실을 적발하고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서류를 위조해 타이어를 무단 반출하고 판매한 일당 중 4명은 금호타이어 연구원이었다.

16일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조사발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연구원 4명을 포함, 계약직 운송직원 5명, 업주 10명 등 22명은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4년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시험용 타이어 6600여개를 빼돌렸다.

검찰은 운송 담당 직원 임모(28)씨 등 4명을 구속, 서류를 위조해 타이어를 무단 반출하고 판매한 혐의로 운송 직원 5명, 연구원 4명, 업주 10명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시험용 타이어 반출을 위해 필요한 서류(지출증)를 위조하거나, 테스트를 위해 전남 곡성이나 경기 용인의 연구소로 보내는 것처럼 위장해 타이어를 빼돌렸다.

빼돌린 타이어는 시중 가격의 절반 값으로 타이어 판매업체나 장물업자에 판매됐다. 이들이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금만 21억원에 이른다.

임씨 등 운송 담당 직원들은 시험용 타이어 외부 반출을 위해 필요한 연구원 명의의 지출증을 위조, 20억원 상당의 타이어를 외부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 운송직원이 위조한 지출증

시험용 타이어를 외부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시험 목적을 기재한 연구원 명의의 지출증이 필요한데, 이들은 손쉽게 지출증을 위조했고 공장에서 타이어를 빼내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금호타이어 연구원 4명은 자신들의 명의로 작성한 지출증만 있으면 시험용 타이어를 손쉽게 외부로 반출할 수 있는 점을 악용, 저렴한 가격에 중고사이트에 올리거나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겨 1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 연구원이 작성한 지출증

생산된 시험용 타이어는 테스트용으로, 시험을 거친 뒤 판매될 수 없고 곧바로 폐기돼야 한다.

경찰은 외부로 무단 반출된 시험용 타이어는 마모도, 그립평가 능력, 주행테스트 등을 거치지 않아 안전성이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위조 서류로 시험용 타이어가 4년간 6000개가 넘도록 무단으로 반출되는데도 회사 측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동안 매번 실시했던 자체감사도 허술하게 진행됐음을 짐작케한다.

뒤늦은 지난해 11월 자체 감사를 통해 불법 사실을 적발하고 이들 운송 담당 직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금호타이어는 직원관리나 재고관리가 부실하게 운영돼 왔고 감사마저도 허술하게 진행돼 왔음을 인정하지 않고 적발된 연구원과 외주 공모자의 개인적 비리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이 빼돌린 시험용 타이어가 버젓이 도로를 달리고 있음에도 정작 시민의 안전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반출된 타이어가 싼값에 팔려나갔다 하더라도 금호타이어 이름을 달고 있다. 리콜 등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광주지방경찰청 송기주 광역수사대장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타이어를 장착하고 운행하면 어떤 사고로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며 "타이어 유통 과정의 허술한 관리시스템을 점검하고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타이어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그렇게 유통됐다 할지라도 완제품으로 나온 타이어라 안전하다고 본다. 리콜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말은 시험용 타이어를 유통하지 않고 폐기하는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소비자 안전보다는 회사 이미지를 위해 개인 비리로 마무리하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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