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있게 앞서던 여당 후보들 지지율 연이은 하락세
정몽준, 유정복 세월호 참사 ‘직격탄’, 서병수 단일화 ‘화들짝’

6.4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간의 대진표도 거의 확정됐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한때 선거운동이 중단됐지만 ‘세월호 사태’가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하는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참사는 여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도 “야당의 지지율 역시 오르지 않아,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해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로 ‘안전’이 급부상했다. 또한 여야 공천과정에서 보여줬던 잡음 역시 막판 선거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주요 격전지의 선거 구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서울과 수도권, 부산, 광주 등 격전지로 분류되는지역의 선거 판세를 알아봤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선거전이 펼쳐지는 수도권은 6·4 지방선거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수도권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가 좌우될 것이란 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의 우세 속에 새누리당 후보들이 대반전을 기대하며 맹추격전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수도권의 중간 기상도는 새정치연합 ‘햇볕’, 새누리당 ‘먹구름’으로 대변한다.

더구나 여야의 텃밭이자 안방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새누리당은 부산·대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에서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서울시장 선거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 간의 양자대결 구도로 현재까진 ‘박풍’의 위력이 ‘정풍’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있다.

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전만 해도 승산이 있었다. 지난 2월 25일 MBC가 실시한 가상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41.3%, 박 후보가 35%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양자대결에서는 정 후보가 40.7%, 박 후보가 41.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격차는 오차범위 내였다.

하지만 후보로 선출된 이후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47.4%)와 정 후보(37.7%)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고, 지난 15일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격차 (박원순 52.9%, 정 몽준 32.5%)는 줄지 않았다. 두 후보의 격차가 20% 이상 벌어졌다.

정 후보가 크게 뒤지고 있는 가운데 당내 분위기도 썩 좋지 않다. 출마 선언 과정부터 박심 지원 논란에 휩싸였던 김황식 전 총리가 친박계 핵심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박심 마케팅’을 했지만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 박심을 놓고 정 후보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일었던 친박계 핵심 인사의 발언이 정 후보 ‘귀’에까지 들어가면서 친박계가 전면에 나설지 여부가 미지수다. 표면적으론 도와준다고 해도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정 후보 스스로 선거를 치러야 될 판이다. 더구나 세월호 유가족과 분노한 국민들을 향해 ‘미개하다’는 망언을 쏟아낸 정 후보의 막내아들 때문에 더욱 곤욕이다. 정 후보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타 지역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패배’ 위기감에 휩싸인 정 후보는 처진 지지율을 만회하고 막판 대역전을 이끌어낼 만한 승부수 찾기에 여념이 없다. 정 후보는 박 후보의 이념적 편향과 시정 무능을 공격함과 동시에 ‘인물 검증’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실제 정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시작한 역사 관련 연구소(1986년 역사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가 우리나라 좌편향 교과서의 본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 정도는 서론”이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가 박 후보의 개인 비리 등에 관련한 폭발성 있는 파일을 선거 종반에 공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장

인천시장 역시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가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를 10%이상 여유 있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조선일보 조사에서 송 후보가 46.5%의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면, 유 후보는 34.4%를 얻는 데 그쳤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전인 지난달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송영길 43.8%, 유정복 42%)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 승부를 벌였으나 갈수록 지지율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특히 유 후보는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당내에서조차 ‘자진사퇴’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유 후보가 사고 직전 안행부장관이었다는 사실이 이번 참사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천시장으로 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유 후보가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당내 인사들이 적지 않다. 특히 비박계에선 유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친박계와 청와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한 유 후보가 패배하면 정치적으로 입는 상처는 ‘서울·경기’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 총력전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가 ‘힘 있는 시장’을 내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기지사

새누리당이 그나마 웃을 수 있는 지역이었던 경기지사도 안갯속이다.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맞붙은 가운데 남 후보의 일방적 우세 속에서 접전 국면으로 접어 들어가고 있다. 당내 경선이 한창일 당시인 지난 3월 여론조사에서 53.4%를 얻은 남 후보가 22.3%를 얻은 김 후보와의 격차를 21.1%까지 벌렸다. 그러나 최근 오차 범위 이내까지 좁아졌다. 지난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남 후보 (40.2%)는 김 후보(39.4%)와의 격차가 0.8%까지 좁혀져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여당에 비해 결집력이 약했던 야당 지지층의 결집 현상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김 후보가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젊은 층이 투표를 많이 하면 야당이 이긴다’는 정치적 공식이 경기지사에서는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수도권 여당 후보에 비해 남 후보가 ‘야당표’로 불리는 젊은층 유권자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9~29세 지지율에서 남 후보는 25.9%를 기록해 28.5%를 얻은 김 후보와 접전을 벌였다. 서울의 정 후보는 20.1%를 기록, 56.7%를 얻은 박 후보에게 비해 크게 뒤진 결과를 봤을 때 ‘선전’하고 있다. 이 외에도 40대 지지율 역시 남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남 후보에 대한 검증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 남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불거진 사안에 대해 자료 수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시장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문성근 등을 앞세웠던 야권은 낙동강벨트를 형성한 여권 강세지역 부산을 무너뜨리려 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그런데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게 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는 압도적 우위를 굳히지 못했고,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단일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 후보 측 한 관계자는 “내심 김영춘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랐는데 힘든 상대인 오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나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다”며 “승리할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5일 매일경제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면 서 후보(41.2%)와 오 후보(38%)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한겨레신문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와 서 후보의 양자대결을 보면 41.1%를 얻은 오 후보가 28.4%에 그친 서 후보를 12.7% 차로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단일화 논의와 세월호 침몰 참사 등으로 인해 지지율 격차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역대 부산시장 선거에서 후보 등록 직전 야권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를 앞선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어 야권은 내심 기대하는 눈빛이다.

실제 야권은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면서 단일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단순한 야권 단일후보가 아니라 모든 정파와 시민세력, 심지어 새누리당 지지세력까지 아우르는 ‘부산시민대연합’ 후보임을 내세워 지지세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서 후보 측 캠프에서는 전통적인 강세지역인 만큼 조직력을 앞세워 선거를 치르겠다는 복안이다.

대구시장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시장 선거 판세 전망도 쉽지 않다.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모두 패배하고 비박인 권영진 후보가 의외로 승리했다.

대구지역 의원실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 때문에 친박이 될 것으로 봤으나 그렇지 않았다. 대구에서조차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장 선거가 역대 가장 치열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절대 강세지역이자 텃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권 후보가 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 과정에서 보여줬듯이 대구 민심이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대의를 선택함에 따라 권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엔 섣부르다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더구나 집권 여당의 주역이면서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대구 시민들의 상실감이 극해 달해 있는 상태다. 때문에 야당의 잠재적 대권후보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후보 간의 빅매치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장

여당의 안방 못지않게 야당의 안방 광주시장 선거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주시장 후보로 안철수계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당내 반발이 거세다. 실제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가 무소속 출마와 함께 후보 단일화 배수진을 치고 있다. 현재까지 윤장현-강운태-이용섭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28일까지 단일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강 후보와 이 후보 모두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단일화가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새정치연합 윤 후보가 쉽지 않은 선거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16일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12~13일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강운태 후보를 단일후보로 했을 경우 강 후보는 32.2%, 윤장현 후보는 24.4%로 7.8% 가량 앞섰다. 이용섭 후보로 단일화했을 경우엔 이 후보가 29.7%로 27.6%를 기록한 윤 후보보다 2.1%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야당 텃밭인 광주시장에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더구나 안철수 의원의 경우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윤 후보를 전략공천한 이상 호남지역에 기반을 두려했던 계획마저 무산될 뿐 아니라 대권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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