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 휘청이게 불법으로 요양급여 보험금 빼내 환수도 어려워

▲ 의사 윤리가 없는 비의료인이 월급의사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이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진은 의사윤리선언문<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의사 윤리가 없는 비의료인이 월급의사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이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해 작성한 '사무장병원 등 의료기관의 재정누수 실태와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을 하다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2009년 6곳에서 2014년 216곳으로 무려 36배나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250개로, 건보공단과 검찰,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형 병원이 늘면서 무리하게 대출받아 개업한 의사들이 사무장 병원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있다.

의료법상 의사면허가 없으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의사 면허는 없지만 돈은 많은 '사장님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용불량자나 나이가 많은 의사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용불량자나 고령의 의사들이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의료생협 아닌 사무장병원 급증 
특히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 제도를 악용하는 사무장병원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경찰청이 지난해 3∼11월 의료생협이 개설한 의료기관 67곳을 실태 조사한 결과, 무려 53곳에서 불법을 확인했다. 경찰청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78명을 검거, 4명을 구속했다.

의료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출자금 3천만원 이상, 조합원 수 300명 이상이면 지자체의 인가를 받아 설립할 수 있다.

의료생협 사무장 병원은 가짜 조합원과 임원을 내세워 정상적으로 발기인 대회와 창립총회를 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다.

출자금은 사무장 병원 운영자가 대부분 부담하지만 조합원들이 출자한 것처럼 허위 출자금 납입 증명서도 만든다.

의료 업계 관계자는 "사무장병원 운영자는 직업윤리 없이 오직 영리 추구를 위해 병원을 활용한다"며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입원 처방을 남발해 건강보험료 인상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4일 "의료생협 등 비영리법인을 세우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개인 돈으로 출자금을 내고 지인들을 내세워 손쉽게 사무장 병원을 설립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장 병원은 불법행위를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서류를 완벽하게 꾸며 놔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 건보재정 환수 못한 누적 금액 '올해 1조원 넘을 듯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불법으로 빼먹은 요양급여와 보험금을 제대로 환수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사무장 병원은 허위·과잉불법 진료로 부당청구를 일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어려운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건강보험재정을 갉아먹는 골칫거리다.

▲ 사무장병원 부당청구 환수 현황

건보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이 허위, 과잉 진료 등 각종 불법 행위로 타낸 건보 진료비가 최근 7년간 8천119억7천만원에 달했다. 2009년 3억4700만원에서 2014년 3403억2800만원으로 1천배 급증했다.

그러나 이들 병원으로부터 회수한 비율은 매년 형편없이 떨어진다. 심지어 작년에는 4.2%으로 급락했다.

그 만큼 국민건강을 위해 쓰여야 할 건보재정이 축난 것이다.

건보공단은 미회수 금액이 올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고 불법청구 진료비를 강력히 징수하고자 지난달 15일 '의료기관 관리 지원단'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자료 조사 중으로 이르면 이달 안에 사무장병원과의 전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도 요양급여와 보험금 등을 부당하게 타내 국가재정을 악화시키는 사무장병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해 엄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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