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만 이달 중동 정유운반선(PC선) 2척 수주 그쳐, 연말 일감 바닥

▲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이 작업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우리나라 최대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 지역이 올해 들어 초비상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빅3'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들어 단 1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대 1분기에 양사가 동시에 수주를 못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3월에도 수주 실적이 전무했다.

이들 양사 직원이 3만여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째 수주가 없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그동안 수주해 놓은 일감이 1~2년 어치 정도는 있지만, 올해 말이 되면 일감 여유분이 급감하면서 사실상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빅3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만 이번 달에 중동 선주로부터 정유운반선(PC선) 2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런 실적 또한 평년에 비하면 극히 저조한 편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빅3’는 올해 총 400억달러에 달하는 수주목표를 세웠다.

이들 조선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각각 100억달러 이상을 수주한다는 계획이지만 1분기가 지나간 현재 이들 빅3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겨우 1%를 넘긴 수준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유조선 쪽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건은 있으나 아직 계약 체결 성사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번 달에도 수주가 없다"고 전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 조선 시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 성과가 거의 없다"면서 "이대로 가면 연말에 일감이 바닥나기 시작하면서 내년에 대규모 구조 조정 태풍이 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조선업계는 올해 들어 조선 '빅3'의 수주가 뚝 끊기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맞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선시장에서 60억달러, 해양플랜트 40억달러, 군함 등 특수선 8억달러라는 수주목표를 설정했으나 아직까지 수주소식은 전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대우조선과 마찬가지로 올 1분기에 수주를 신고하지 못했다. 지난해 수주한 3척의 FLNG도 최대 투자자인 우드사이드페트롤리엄(Woodside Petroleum)이 투자유치 어려움을 이유로 프로젝트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혀 이마저도 언제 건조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이들 조선업체가 손만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노동자협의회가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 활동을 벌였고, 대우조선 노조도 쟁의 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등으로 회사에 협조하는 등 비상 상황 앞에서 노사가 합심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계 내부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발주 물량 자체가 드문 데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체력을 보강한 일본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이 수주 경쟁에 매섭게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1분기 내내 수주가 한 건도 없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발주 물량 자체가 워낙 없어서 상반기 내내 수주 제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최길선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 배포한 담화문에서 회사 수주잔량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임을 언급하면서 "물량절벽이 곧 다가온다는 말이 현실화하고 있다. 도크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목전에 다가왔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