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어도 기부금 되레 줄여 서 회장 현금배당보다 적어…경쟁업체와 대조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굳이 선진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국내기업 중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하는 기업은 많다. 높은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국내 1위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20%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뤘음에도 사회환원금은 오히려 20% 이상 줄여 서경배 회장이 너무 인색한 것 아니냐며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과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기부금 총액은 249억원으로, 서 회장이 받은 1년 현금배당(257억원)보다 적었다.

이를 두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특수'로 고속성장하고 있는 대기업이 과실을 사회에 나누는 데는 인색하고, 내부 잇속 챙기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기부금은 2014년 177억원에서 지난해 138억원으로 줄였고, 아모레퍼시픽도 172억원에서 111억원으로 줄였다.

대기업의 기부금은 매출 증가에 비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1% 성장한 5조6천억원을, 아모레퍼시픽은 23% 증가한 4조7천억원을 기록했지만, 기부금은 각각 22%와 35%가량 줄였다.

이같은 아모레퍼시픽의 행보는 상식적인 흐름에 역행한 셈이다.

실제로 동종업계 2위 기업인 LG생활건강의 기부금은 2014년 95억원에서 지난해 262억원으로 175%나 급증했고, 브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기부금은 이 기간 6억원에서 2배인 12억원으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고성장하는 산업군이고 매출도 그만큼 늘고 있기에 기업으로서는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기부금 총액은 서 회장의 현금배당 액수보다도 적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 2017년 7월 완공 예정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야심작.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 조감도 및 지하 7층, 지상 22층, 연면적 187,980.6㎡규모의 공사현장(오른쪽).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 390원,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1350원의 현금배당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55.7%, 아모레퍼시픽 지분 10.72%를 보유한 서 회장은 총 257억원(보통주 기준)의 현금배당을 받게 됐다.

특히 서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25) 씨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도 10억원에 달하는 현금배당을 받았다.

서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9조2783억원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이어 국내 주식부자 2위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기부금이 줄어든 배경에 대해 "기부금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2014년에 일회성 기부가 크게 늘어 해당 연도만 예외적으로 많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몇년간 급격히 사업이 커지면서 외형 확대에 집중하느라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외형적으로 내년 7월 완공되는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서울 용산구 지하 7층, 지상 22층 규모의 서울 용산구에 5200억원을 들여 한창 공사 중에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방문판매원 강제이동에 따른 갑질 논란에도 휘말려 내부에 소홀하단 인상을 줬고, 대기업임에도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사회공헌활동은 서 회장 등 경영진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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