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화 창구 개설" 요구 vs 박현주 회장 "그럴 생각 없다"

▲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앞에서 열린 1200여명의 조합원들이 대우증권 노조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있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경영전략회의, 워크샵 등을 열고 우호적 결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1200여명의 미래에셋대우 노조원들은 거센 반발과 함께 총파업까지 결행하는 모습이어서 미래에셋대우의 새출발이 삐걱이고 있다.

17일 미래에셋대우를 포함해 12개 계열사 합동 워크샵을 개최했다.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 CC에서 열린 행사에는 계열사 임원 290여명이 참석해 골프 행사를 진행하는 등 친목을 다졌다.

앞서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주재로 미래에셋대우의 경영전략회의를 갖으며 여성 임원을 대폭 승진시키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박 회장은 본사 임원과 지점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성장산업인 증권업은 향후 미래가 밝다"면서 "대형 투자은행(IB)의 사업확대를 위해 국내외 투자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고령화시대로 주목받는 연금 등 자산관리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15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대우 경영전략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다.

박 회장은 2시간에 가까이 진행한 강연에서 상업은행 시대는 황금기가 지났으며 앞으로는 투자산업이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현재 전기차 등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기회가 뚜렷이 보인다며 증권업이 성장산업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는데, 내부에서는 인력감축, 그리고 조직개편에 따른 임직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고위급 간부들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회사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지만 미래에셋대우 노조 측은 회사 합병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에 노조측의 협상 창구를 열어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직원들은 미래에셋증권과 계획대로 합병이 이뤄지면 다수 직원이 기존 업무와 관련 없는 분야로 전직돼 사실상 퇴사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대우 노조는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합병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에 협상 창구 개설을 요구했으나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앞에서 열린 1200여명의 조합원들이 대우증권 노조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있다.

17일 고용 안정 보장을 요구하며 미래에셋대우 노조원 1200여 명은 박 회장 집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센터원건물 앞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자용 미래에셋대우 노조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점포 대형화와 퇴직연금 영업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점포 73개를 축소하고 다수 직원을 퇴직연금사업부로 몰아넣어 자연 퇴사를 유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박 회장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면서도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이면에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이라며 박 회장의 무노조, 일방통행식 의사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실제 앞서 15일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대우 경영전략회의에서 "대우증권 노조와 대화 창구를 개설할 계획이 없다"며 이 문제를 홍성국 현 대우증권 사장에게 떠넘겼다.

▲ 미래에셋대우 노동조합이 밝힌 집회 불참 강요 메세지. 노조 측은 "조합원 집회 불참 강요는 WM사업부문 A상무가 주도한 것으로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경영전략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글로벌 IB(투자은행)를 하려고 한다. 블루칼라가 아니라 창의성을 갖고 일하는 집단이다"라며 노조가 요구하는 협상창구 개설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노조 측은 휴일에 개최된 이날 집회에 직원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사측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대우증권 본부장, 지점장 등 관리자들이 전날 아침부터 밤 늦게 전화, 메시지 등으로 불참석을 강요했다"며 "참석자 명단을 파악해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진석 미래에셋대우 경영지원본부장은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인 지시를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새출발 선상에서 고용 안정을 보장받으려는 노조와 경영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이 봉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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