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택시·버스·드라이버 잇따라 진출…업계 미묘한 신경전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에 진출한 카카오가 모바일을 넘어 도로 위를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편의성에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의 입장차로 미묘한 신경전도 시작됐다.

카카오가 지난 26일 전국 주요 도시 버스의 실시간 운행 정보, 노선, 정류장 위치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인 '카카오버스'를 출시했다.

카카오택시로 교통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에 진출한 카카오는 올 상반기에만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앱을 출시하며 편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연내에는 지하철, 지도 서비스를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카카오드라이버 출시가 임박하면서 대리운전 회사들은 카카오에 대리기사를 직접 모집하지 말고 지방 진출도 유예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27일 대리운전업계와 카카오에 따르면 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대리운전업협동조합'은 카카오가 기사 호출 서비스를 검토하던 지난해 7월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을 냈다.

이들은 "거대자본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카카오에 대리기사를 직접 모집하는 대신 기존 업체를 통해 기사를 확보하고, 지방에서는 당분간 사업을 벌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 보험료를 카카오가 일괄 납부하지 말고 관행대로 기사에게 보험료를 징수하고, 운행요금의 20~37.5%인 현행 수수료를 그대로 받으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카카오가 고객과 대리기사를 상대로 프로모션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 전국대리운전협회 소속 회원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 로엔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은 '거대자본의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업조정신청이 들어가고 양측이 지난 11월부터 매주 1~2회 만나 협의하고 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업체들은 6개월째 협의 중이지만 카카오가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별다른 합의 없이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업체들과 대화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무리한 요구라서 받아들이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앱 출시를 시작으로 대리기사를 모집 중이며, 이들에게는 운행요금의 20%를 수수료로 받겠다고 발표했다.

수수료에 보험료와 시스템 관리 비용을 포함하고, 예치금이나 호출 취소 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

조정은 중소기업청 사업조정심의회 주관하에 양측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기간은 1년이다.

1년이 지나면 추가로 1년간 조정 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조정에 최종 실패하면 심의회에서 결론을 내린다.

▲ 카카오는 카카오드라이버 출시를 앞두고 대리운전 기사들과 대화를 갖는 자리를 마련하고 서비스에 반영하기로 했다.

업체들의 조정신청 내용이 알려지면서 대리기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리기사 연합체인 민주노총 전국대리운전노조와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업체들이 중소기업 사업조정이란 제도의 힘을 빌려 부당한 이권을 계속 누리려고 하고 있다"며 "조정신청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는 이미 생활 속 깊이 친숙한 대중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빠르게 O2O(온·오프라인 연계)를 지배해 나갈 전망이지만 신중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낼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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