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이사가 27일 새벽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끝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선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기 직전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검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경고를 받고도 이를 소홀히 한 정황이 나왔다.

옥시는 2000년 PHMG 인산염을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 개발하는 과정에서 독성학 분야 해외 저명학자에게 PHMG의 흡입독성검사가 필요한지 문의했다.

이 전문가는 답변에서 "PHMG가 비산돼 호흡기로 들어가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된 사실이 없는 만큼 흡입독성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시 이러한 내용의 서신을 접수한 인물이 옥시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던 최모씨로 이 서신 내용을 첨부해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옥시는 PHMG가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로 지정돼 있지 않고 안전성 검사와 관련한 별도 규정도 없다며 2001년 제품 판매를 강행했다.

3억원에 달하는 검사 비용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제품 안전에 대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를 입증할 유력한 근거로 보고 있다.

옥시는 1995년 말 독일에서 가습기 세정제 원료로 쓰이던 화학물질인 '프리벤톨 R80'을 수입해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할 때 흡입독성검사가 필요하다는 현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관련 검사를 거쳐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검찰은 이런 전례가 있는데도 왜 PHMG에 대해선 안전성 검사를 소홀히 했는지 따져보고 있다.

특히 당시 옥시의 대표이사이자 최종 의사 결정권자였던 신현우(68)씨가 흡입독성검사가 검토해야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신 전 대표는 26일 검찰 조사에서 "제품이 인체에 큰 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또 다른 유해 가습기 살균제 '세퓨'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씨와 세퓨 원료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공급업자 김모씨를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인 옥시 외에 다른 살균제 제품 제조·판매 책임자에 대한 첫 소환조사다.

오 전 대표는 2009∼2011년 인터넷 판매사이트를 개설해 세퓨를 판매했다. 이 제품은 27명의 피해자를 냈고 이 가운데 14명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들은 사태가 불거지자 오 전 대표가 고의 폐업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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