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해외연수 없애자" vs "구조조정보다 대주주 사재출연"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구조조정 중단, 대주주의 사재출연, 회계법인과 사외이사 사법처리, 기술개발과 인력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퇴직자 자녀나 질병 사망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단협 조항과 조합원 해외연수를 없애자"며 호황기 때 만들어진 불합리한 단협 조항을 없애자고 현대중공업이 노조에 주장했다. 이에 반해 노조 측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간의 엇갈린 주장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비상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호황기 때 만들어졌던 노동조합의 과도한 단체협상 조항에 메스를 든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9일 "법 기준을 상회하는 단협이 유지되고 있으며, 호황기 때 만들어진 불합리한 단협은 초유의 위기상황을 맞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및 해외연수 폐지 등 35가지 변경 내용을 담은 단협 개정안을 최근 노조에 전달했다고 29일 밝혔다.

노조는 그러나 "회사는 많은 흑자를 낼 때도 임금을 동결하면서 위기를 대비해 조금만 참아 달라고 했다"며 "열심히 일한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면 더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회사의 요구와 달리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 승급분 별도),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성과연봉제 폐지, 사외이사 추천권, 퇴직자 수 만큼 신규 채용,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징계위원회 노사 동구 구성 등을 먼저 요구했다.

노사가 이처럼 서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안을 내놔 올해 임단협의 갈등과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들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진해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신청과 관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정몽준 이사장은 지난 10여년간 배당으로 3000억원을 받아갔다”며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임직원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 아니라 대주주가 사재출연 등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노조 측은 29일 오후 서울 정부세종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와 합의없이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이 같은 대주주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노조 측은 현대중공업 사내유보금이 13조원에 이르고 있지만 늘 근로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회사가 호황일 때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근로자 복지 향상에 소홀하더니 불황이 되자 더 근로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불만의 요지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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