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다수의 국민들은 소비자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되기를 바란다.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지난해 특허 심사 결과 사업권을 상실한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과 롯데의월드타워점 면세점 영업 종료일이 임박한 가운데 롯데·신라 등 8개 주요 면세점이 국산품 판매가격 책정에 필요한 원/달러 환율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환율 담합을 벌인 롯데면세점(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롯데디에프글로벌·롯데디에프리테일), 신라면세점(호텔신라), 워커힐면세점(SK네트웍스), 동화면세점, 한국관광공사 등 8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면세점들이 판매하는 화장품·홍삼 등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다.

면세점들은 국산품을 원화로 사서 달러화로 판매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소비자 부담가격이 달라진다.

면세점 판매가격이 원화로 10만 원 정도인 설화수 윤조에센스의 경우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900원으로 적용하면 111 달러, 1천 원으로 적용하면 100달러가 된다.

면세점들이 담합해 결정한 환율이 시장 환율과 비슷하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시장 환율보다 높다면 내국인 고객이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적용 환율이 시장 환율보다 낮으면 고객에게 이익이다.

조사 결과 면세점들은 2007∼2012년 5년간 담당자들끼리 전화 연락을 하면서 국산품에 적용할 원/달러 환율과 적용 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했다.

그간 환율은 매일같이 바뀌었지만, 면세점들은 적용 환율을 14차례만 바꿔 달러화 표기 값을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담함 기간 63개월 중 면세점이 60% 정도는 환율 담합으로 환차익을 보고 나머지 40%는 환차손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들의 환율 담합을 시작한 계기는 2006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내 면세점에서 내국인도 국산품을 살 수 있게 허용된 시기다.

초반에 면세점들의 달러화 표시 국산품 판매가격이 달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롯데와 신라 주도로 2007년 1월 담합이 시작됐다.

2010년에는 동화, 워커힐과 한국관광공사 운영 면세점까지 가담했다.

면세점들은 시장환율을 따르면 매일같이 제품 가격표를 바꿔 달아야 하기 때문에 편의상 업계 환율을 정해 사용했다고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환율 변화에 따라 환차손·환차익이 모두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쿠폰, 마일리지 등 다양한 할인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이 지불한 가격은 달러 표시 가격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이런 해명을 받아들여 공정위 의결 조직인 전원회의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시정명령만 내렸다. 앞으로는 비슷한 담합 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산출할 수 없었다는 점도 제재 수위가 비교적 가벼워지는 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김재신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담합을 한 사실은 분명하지만 이를 통해 면세점 업체들이 얻은 부당이득이 미미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 측면도 일반적 담합 사건보다는 낮았다"고 설명했다.

담합을 한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해서는 안되는 행위를 했다. 담합을 한 자체가 나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을 했으나 크기가 작거나 미미하다고 봐준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담합 행위를 한 것이 분명한데도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가벼운 제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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