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식 보유 인정, 미공개정보 이용은 강력 부인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 동부건설 법정관리 이전 차명으로 보유했던 주식을 처분해 손실 회피한 혐의 뒤늦게 드러나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최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직전 주식을 팔아치운 것처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계열사 주식 수십만주를 20여년간 차명으로 보유하다가 2014년 말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전 일부를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가 뒤늦게 드러났다.

김 회장이 보유한 동부건설 보유 주식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미공개정보는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공정거래를 해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 등의 매매, 이용 등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의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 처분과 유사한 이전 사건이 불거져 나와 대기업 오너의 모럴 해저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18일 재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은 김 회장이 1990년대부터 수년 전까지 20여년간 동부, 동부건설,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계열사 주식 수십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금감원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이상 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분석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김 회장 차명주식의 흔적을 파악했다.

김 회장의 차명주식은 당시 시가로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측은 금감원 조사에서 차명주식을 보유했던 사실을 인정했지만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과거 관행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국세청은 2011년 그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확인하고 180억여원의 세금을 추징했지만 이런 사실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고 금융당국에도 관련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

김 회장은 한동안 계속 주식을 차명으로 보관해 오면서 주식 보유량 공시 내용을 스스로 정정하지 않았다.

동부그룹은 "김 회장은 2011년 국세청에 차명 주식을 자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이 동부 계열사들의 차명주식을 처분할 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거나 부당이득을 얻은 정황을 발견하고 검찰에 통보할 방침이다.

특히 2014년 말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전에 김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동부건설 주식을 대부분 매각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시 김 회장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처분, 수억원대의 손실을 모면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그룹 주력 건설 계열사였던 동부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사정이 악화돼 어려움을 겪었다. 2014년 동부발전당진 매각 등을 통해 회생작업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그해 12월 31일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금감원은 이날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이런 혐의를 받는 김 회장 관련 제재 안건을 심의·의결한 뒤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김 회장 측은 차명주식 보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강하게 부인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2014년 말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이 결정되기 직전까지 회사를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며 "그런 김 회장이 고작 수억원의 손실을 피하려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고, 실제 주식 처분 대금도 구조조정 자금으로 모두 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4년 11월 강력한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시행돼 동부건설을 비롯한 계열사 차명 주식을 처분했을 뿐, 법정관리를 앞두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피한 것이 아니다"라며 "김 회장은 문제가 된 주식을 2011년 국세청에 신고한 이후 모두 시장에서 처분해 현재 보유 중인 차명주식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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