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규 조합장 조사 중에 농협법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

 

▲ 지난 1월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김병원 회장(상)과 김 회장에 투표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 문자를 조합원들에 보낸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최덕규 조합장(하)


잡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조합장이 아직도 검찰에 불려다니고 있어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을 바꾸려는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26일 오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최덕규씨(66)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올해 1월 농협중앙회장선거에 출마한 최 조합장은 1차 투표에서 낙선하고 당시 2위로 결선투표에 나간 '김병원 후보를 찍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선거 당일에 발송하도록 캠프 관계자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오전 9시 50분께 검찰청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 "문자메시지 발송 사실 자체를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병원(63) 회장과 서로 밀어주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일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결선투표 직전 대의원들에게 '결선투표에서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달라. 최덕규 올림'이라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됐으며 대의원 291명 가운데 107명이 이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자메시지를 직접 보낸 김모(57) 씨부터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최 조합장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검찰은 김씨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측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최 조합장을 상대로 김씨에게 문자발송을 지시했는지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9일 입법 예고한 '농협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관련, 경기지역 농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농협회장과 조합장의 권한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회장의 역할은 ▲중앙회를 대표하고 ▲대외활동을 하고 ▲조합을 육성·지원하는 중앙회 자체 업무로 한정된다.

이렇게 되면 농협금융지주 등 신용사업과 농업유통 등 경제관련 사업에 대한 농협회장의 권한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 비상임 직책인 조합장이 조합 경영에 개입할 수 없도록 농협법상 조합장의 사업집행권 허용 조항도 없앴다.

아울러 중앙회 감사위원장과 조감위원장은 반드시 외부출신 인사로 임명해야 해 ‘낙하산 인사’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중앙회장의 조합장 직선제 선출을 제안해 놓고 뜻의 관철을 바랐던 지역 농업계로서는 예기치 못한 정부의 일방통행식 발표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천지역 A조합장은 22일 "직선제가 아닌 이사회의 호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선거 방식을 축소하는 건 민주화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농협중앙회의 한 간부급 인사는 "이번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분명 농업계에 상당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 확실하다"며 "비판의 움직임이 업계 내부적으로 일어 결국은 업계 의견을 반영한 원만한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회 노동조합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발표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언론을 통해 농협법 개정 추진을 알았다"며 "업계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회장의 이사회 호선제라는 폐쇄적 선출 방식을 종용하는 정부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중앙회, 회원조합들과 의견을 모아 향후 대응 방침을 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반적인 상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불법선거운동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최덕규 씨와 김병원 현 농협회장의 수사결과가 입법예고된 '농협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받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