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기준 희비교차...카카오, 하림 웃었다

9일 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신영선 공정거래우원회 사무처장


중견기업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조정에 대해 정부가 변화하는 경제 현실에 맞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며 환영했다.

9일 중견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 환영할만한 변화"이라며 "더 성장할 영역이 생긴 것이고, 흔히 이야기하는 성장사다리를 타기 위해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을 추진할 때 다소 수월해지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한 제조업체 관계자 역시 "대기업집단이 되면 한꺼번에 수십가지 규제를 적용받게 돼 기업 입장에서는 숨이 막힌다"며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경제정책이 한 발짝 옮겨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대기업집단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며 "기업 성장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중소·중견·대기업으로의 성장사다리가 잘 작동할 수 있게 다른 법령도 서둘러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견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기업활동을 활성화하고 침체한 경기를 회복시키고자 합리적·현실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며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경영 일선에서 느낄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는 업체가 적지 않았다.

업종이나 자산 규모별로 체감효과가 다를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일부 규제는 여전히 경영과 사업 확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제조부문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에 규제를 가하는 법령들은 농축수산 부문이나 정보기술(IT) 부문에 많다"며 "이번에 제외된 자산 5조∼10조원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제조업체인데 제조업체는 풀리는 규제가 IT 부문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견기업 관계자는 "공시의무 기준을 현행과 똑같이 유지한 점은 아쉽다"며 "투자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좋지만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대기업도 많은데 이들과 경쟁하며 경영정보를 선명하게 노출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계열 중소·중견기업이 규제에서 벗어나면서 오히려 중소기업이나 초기 중견기업이 신사업 진출 등의 과정에서 더 심한 경쟁에 내몰릴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소기업과 초기 중견기업이 이번 대기업집단 기준 조정으로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다양한 후속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618개 기업 중 중소기업은 61개로, 전체 중소기업 수가 354만여개인 점을 고려하면 극히 일부"라며 "(업계에서 우려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규제에서 제외를 받는 10조원 미만 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10조원 문턱을 가까스로 넘긴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어서 희비가 교차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대기업집단이 현행 65개에서 28개로 감소하면서 오는 9월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기업과 자산 10조원 미만 대기업 등 37개 기업이 대기업집단에서 즉시 제외된다.

10조원 이상 공기업으로는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SH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석유공사, 인천도시공사 등이 제외된다.

그리고 10조원 미만 기업으로는 하림, KCC, 케이티앤지, 한국타이어, 코오롱, 교보생명보험, 한국투자금융, 동부, 한라,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세아, 중흥건설, 이랜드, 한국지엠, 태광, 태영, 아모레퍼시픽, 현대산업개발, 서울메트로,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셀트리온, 하이트진로, 삼천리, 부산항만공사, 한솔, 금호석유화학, 카카오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게 됐다.

반면 영풍(10조5610억원), 대우건설(10조6910억원), 에쓰-오일(10조8930억원), 미래에셋(10조9440억원) 등은 대기업 규제를 그대로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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