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먹거리'를 표방했던 풀무원 계열사에서 최근 직원들끼리 술자리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직영점장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리점을 향한 본사의 갑질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폭행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4일 새벽 1시경이다. 풀무원의 자회사인 풀무원건강생활의 지점관리담당 변모(42.영업기획팀) 팀장과 김모(29.영업사원) 씨는 3일 저녁 강남지역의 한모(29.역삼지점장) 씨와 저녁식사를 했다. 기분좋게 이어진 이들의 술자리는 다음날인 4일 새벽 1시까지 2차 노래방에서 말다툼으로 이어졌고 끝내 한 씨가 폭행당해 쓰려져 병원으로 실려가는 것으로 끝났다.

이들은 풀무원에서 진행한 '회식은 1차만, 한 가지 주종으로, 오후 9시까지 끝낸다'는 1·1·9 회식 캠페인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영업사원인 김씨와 지점장인 한씨는 입사 동기였고, 팀장인 변씨는 이들과 잘 아는 선배였다.

사건은 이들이 술을 마시던 중 한씨가 "본사는 왜 우리 지점을 챙겨주지 않고 홀대하냐"며 본사의 행태에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동기였던 김씨가 자신의 상사인 변씨에게 함부로 대한다며 말다툼을 벌였고 둘은 주먹다짐을 하며 몸싸움으로 번졌다.

처음 두사람을 말리던 변씨도 싸움에 가담해 한씨를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한씨는 변씨와 김씨에게 주먹과 발로 얼굴을 맞아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고 나흘만인 지난 8일 숨을 거뒀다.

변씨와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한씨를 폭행한 사실은 시인했다. 그러면서 사망케 할 의도로 때린 것은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변씨와 김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직원 간 폭행사건이라 회사에서 개입하는 것이 쉽지않다"고 전했다.

이번 사망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도 역시 '본사 갑질' 논란이 뜨겁다. 

지점을 관리하는 팀장과 대리가 자신들이 관리하는 지점장을 숨지게 했다는 점에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갑질’에서 파생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본사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했던 식품회사가 3년째 적자에 허덕인 것을 고려하면 풀무원의 기업문화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앞서 지난해 풀무원 본사와 지입차주들 간에도 파업을 벌이며 본사의 갑질에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풀무원의 충북지부 음성물류센터 운송업자 40여명은 회사가 노예계약을 강조하고 있다며 파업을 벌였다.

지입차주들은 "파업은 풀무원의 '갑질'과 노조 탄압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며 회사가 차량에 구호, 주장, 화물연대 스티커 등을 부착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노동자에게 징벌적 임금 삭감을 하겠다고 규정한 것은 일종의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했었다.

법원이 화물연대 지입차주들에게 업무를 방해하지 말라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려 종결됐지만 풀무원은 이미 '본사 갑질'의 기업 이미지로 적잖은 타격을 받은 바 있다. 

한편 풀무원 측은 이번 사망사건과 관련해 9일 오전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지만 그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