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으로 번질까 노심초사"

1일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롯데 오너일가 중 처음으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롯데그룹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결과에 따라 3일 해외에서 귀국하는 신동빈 회장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기소) 청탁을 받고 롯데면세점 내 매장을 내준 대가로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이사장은 "검찰에서 모든 사실을 말하겠다"며 짧게 입장을 밝혔다.

신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신 총괄회장이 딸인 신 이사장을 경영 일선에 물러나게 하면서도 '살 길'을 마련해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외 브랜드 수입업체 비엔에프통상과 전단지를 제작하는 유니엘 등 신 이사장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기업과 롯데 사이에 밀접한 거래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입점로비 의혹은 어디까지나 신 이사장의 개인비리 차원일뿐 면세점 운영 전반의 문제나 그룹 도덕성과는 무관하다"며 수사범위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털 것은 털고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거래선 선정에서 계열사를 고집하거나 오너 일가가 관여하는 분위기가 재계 5위로 성장한 롯데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 입점로비로 그동안 '풍문'으로 나돌던 이야기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백화점, 면세점 MD(상품기획)와 브랜드 구성이 신 이사장 등의 '입김'이 아니었다면 더욱 성장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신 이사장이 직접 네이처리퍼블릭의 입점과 매장 위치 선정 등에 편의를 봐주라고 지시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 이사장이 정운호 전 대표의 면세점 로비 의혹에 연루됐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 이사장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바로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했으며 1983년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롯데쇼핑 총괄부사장·사장을 거쳐 2012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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