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내사 무마 대가로 처남회사에 대한항공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풀어야


검찰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 등을 받는 진경준(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을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진 검사장은 취재진을 만나 "죄송하다. 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인정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동안 저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않은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미 자수서를 제출했고 오늘 조사 과정에서 사실대로 모두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왜 거짓 해명을 여러 번 했느냐", "공소시효 지난 사안만 사실로 인정한 게 아니냐" 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진 검사장이 전날 낸 자수서는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해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선처를 구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본인의 계속된 거짓말을 스스로 드러내는 '부메랑'이 됐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진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맡은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넥슨의 주식 매입과 처분 경위 전반을 우선 수사하고 있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의 비상장주식 1만주를 매입한 뒤 2006년 기존 주식을 넥슨 쪽에 10억여원에 팔고 다시 넥슨재팬 주식을 샀다.

이후 넥슨재팬은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고 지난해 주식을 처분한 진 검사장은 12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리게 됐다.

'주식대박' 의혹 관련 진경준 검사장이 14일 오전 이금로 특임검사팀 소환조사로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2005년 주식 매입자금 4억2500만원을 김정주 NXC 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건네받은 경위를 집중 추궁하고 있으며, 이듬해 넥슨재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진 검사장이 넥슨 측으로부터 특혜를 본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진 검사장은 넥슨 비상장주 보유 사실이 처음 논란이 됐을 당시 "매입자금은 모두 기존 재산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지난 4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진 검사장에 대한 심사에 착수한다고 밝히자, 자금 출처에 대한 기존 발언을 뒤집고 새로운 해명을 내놨다. 주식을 살 때 본인의 자금뿐 아니라 처가로부터 일부 돈을 지원받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짓말이었다. 넥슨 측이 진 검사장의 계좌로 주식대금 4억25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넥슨 측은 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대금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 검사장은 이금로 특임검사팀 소환을 하루 앞둔 시점인 13일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에 "넥슨에서 빌린 게 아니라 김정주 측이 무상 제공했다"는 취지로 또다시 말을 바꿨다.

이날 소환조사를 받은 김정주 회장 역시 검찰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진 검사장이 지난 넉 달간 거듭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김 회장도 확인한 셈이다.

이금로 특검팀은 14일 진 검사장의 소환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 확인과 함께 그의 가족이 함께 연루된 비리 의혹들도 조사할 예정이다.

진 검사장은 넥슨의 법인 리스 차량이었던 고가 승용차 제네시스를 처남 명의로 제공받아 보유하고도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 뿐이 아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탈세 의혹에 대한 검찰의 내사를 무마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친·인척에게 부당한 이득이 돌아가게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진 검사장의 처남 강모씨가 운영하는 청소용역업체 B사는 회사 설립 시점인 2010년 7월 이후 수년간 한진그룹 자회사인 대한항공으로부터 130억원대 일감을 수주했다.

이런 수주는 2009∼2010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한진그룹 비리 첩보를 내사한 바 있는 진 검사장이 사건을 무마해 준 대가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법조계에서 불거진 것이다.

진경준 검사장 '주식대박' 의혹 사건에 연루된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이 13일 오후 조사를 받았다. 이날 김 회장은 진 검사장에게 4억2500만원을 무상으로 넘겨줬다는 특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진경준(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주를 공짜로 줘 120여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게 한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이 검찰에서 밤샘 조사를 마치고 14일 오전 귀가했다.

김 회장은 조사에서 "대학 동창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 매입자금 4억2500만원을 무상으로 넘겨줬다"는 취지로 특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2005년 취득한 넥슨 주식 1만주가 사실상 넥슨 측에서 제공한 '뇌물' 성격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진 검사장은 특혜에 대가성이나 업무 관련성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김 회장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진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어떤 쪽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을 소환해 조사한 뒤 그 내용을 토대로 추가 조사 여부와 신병 처리 방향 등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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