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양호 재단 이사장 지원 없어 인하대 제2캠퍼스 조선 무산 위기


최근 인천시가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토지 매각을 놓고 인하대 측의 요구를 들어줘야되는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은 이는 명백한 인하대만의 '특혜'라며 1년 가까이 시를 비판하며 저지하고 있다.

인천시가 또 특혜 시비에 휘말리게 된 배경에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인하대 최순자 총장과의 인맥관계로 기인한다. 

인하대는 2020년 8월까지 송도국제도시 11공구 22만4400m²의 부지에 IT·BT·NT 등 전략산업 중심의 특성화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으로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1077억원에 송도캠퍼스 부지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하대는 현재까지 476억원(선납할인 73억원 포함)을 납부한 상태여서 앞으로 5년간 나머지 601억원을 10차례에 나눠 내야 한다.

인하대는 그러나 어려운 학교 재정을 이유로 계약 변경을 인천시에 요청한 상태다.

인하대 관계자는 "토지 대금과 공사비를 포함해 3천억∼4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송도캠퍼스 조성 재원 조달이 어려워 부지 일부 매입 등의 조정안을 인천시에 제안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최근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유정복 인천시장과 면담한 뒤 ‘인하대 요청 사항을 들어줄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인천시의 의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부지를 쪼개서 사고파는 계약 변경에 인천시가 동의하지 않고 기존에 계약한 부지 대금도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전체 땅값의 10%인 107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땅을 도로 내놔야 한다.

인하대의 이런 요구에 대해 시의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특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현재 다른 대학들도 송도국제도시에 캠퍼스 건립을 위해 부지 대금을 꼬박꼬박 내는 상황에서 유독 인하대만 사정을 고려해 계약을 바꿔주면 앞으로 송도 땅 매각에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최순자 인하대 총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의 시장직 인수위원장을 지낸 탓에 인천시가 인하대에 특혜를 줄 경우 논란이 정치 쟁점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인천시의회 유제홍 의원은 "최 총장이 시장직 인수위원장 출신임에도 시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시정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을 특정대학에만 준다면 특혜 시비를 자초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 비서실장 출신의 조동암 인천시 정무경제부시장은 이달 초 인하대를 방문해 최 총장을 만나 이목을 끌었다.

조 부시장은 "당시 최 총장으로부터 어려운 학교 재정 형편과 송도캠퍼스 부지 매입 상황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었지만 송도 토지 거래와 관련해 인천경제청 등에 어떤 지시도 내린 바 없다"며 주위의 의심 어린 시선을 일축했다.

인천시는 과거 송도국제도시 6·8공구 랜드마크시티와 5·7공구 첨단의료복합단지 토지 매각 과정에서도 특혜 시비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인하대 학생 대표들이 인하대 송도 캠퍼스 문제해결을 위해 한진 재단 측에 건립 재정지원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는 "인하대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시민의 귀중한 자산인 해당 부지를 환수해 경제자유구역 개발 목표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에는 현재 인천대와 연세대, 인천재능대가 캠퍼스를 운영 중이고 인하대 이외에 한국외대, 인천가톨릭대가 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인하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미납한 674억원을 10년간 분할 납부하고 부지대금 분할 납부 이자율(연 6%)도 2%대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하대 스마트캠퍼스 추진단 관계자는 "인하대 캠퍼스 부지 대금 가운데 아직 납부하지 않은 금액에 대해 10년간 분할 납부와 이자율 인하를 제안한 것은 맞지만 시와 경제청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인하대 캠퍼스 조성이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에 제안을 한 것 뿐인데 마치 특혜를 요구한 것처럼 와전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인하대의 이와 같은 제안 내지 요구를 들어주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인하대 학생 대표단과 시민단체는 인하대 송도캠퍼스 건립 문제의 근본적인 책임을 한진재단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그동안 송도캠퍼스 용지매입에 투입한 약 400억원은 인하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것이었고 한진재단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현재 한진그룹의 인하대 재단전입금 규모는 인하대 전체 재정의 2.9%(약 80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양호 한진그룹 이사장은 교수, 학생, 지역시민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단이사회 산하에 '인하대학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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