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보유분 할인분양 · 고수익보장 · 무료확장' 등 달콤한 말로 유혹

준공 전에는 피분양자들이 중복계약 사실을 알 수 없다는 허점을 노리고 '회사보유분 할인분양'이라는 달콤한 말로 유혹한뒤 중복으로 분양하는 사기분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백명의 피해자들이 중복분양 사실을 모른채 내집 마련이라는 부푼 꿈에 젖어 있는 동안 거액을 가로챈 시행사 임직원은 수입차를 굴리고 내연녀에 부동산과 외제차를 사주는 한편 천만원대 결혼 축의금을 주고받는 등 사치를 부리다 마침내 꼬리가 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5일 오피스텔을 중복 분양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박모(57)씨 등 ㈜지앤디도시개발 관계자 4명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오피스텔 시행사인 지앤디는  2012년 3월 광주 서구 농성동에 신축하던 골든힐스타워 오피스텔 공사를 하면서 '12% 이상 고수익'과 '30∼40% 할인 분양'이라는 말로 피해자를 현혹해 계약해지·미분양 물량 위주로 중복 분양했다.

지앤디 실소유자인 박씨는 대표이사 이모(50)씨, 직원 김모(37)씨 등 3명과 함께 사기 행각에 나서 전체 482가구 중 80%가량을 정상분양한 뒤 계약해지나 미분양 물량을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중복 분양했다.

이들은 22㎡ 규모 1가구당 7천만∼8천만원에 거래되던 오피스텔을 4천만∼5천만원으로 낮춰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을 끌어모았다.

지난 5월까지 545명과 843건을 중복으로 계약해 380억원 상당을 가로챘다.

피의자들은 본격적인 입주 절차가 시작되는 준공 전에는 피분양자들이 중복계약 사실을 알 수 없다는 허점을 노렸다.

일간지와 생활정보지에 '버스종합터미널·백화점 근처 오피스텔 미분양 회사 보유분을 원분양가보다 30∼40% 할인 분양, 12% 이상 고수익 예상'이라는 내용으로 광고를 실었다.

또 공인중개사 등 브로커를 내세워 입소문을 퍼뜨렸고, 피해자가 지인과 친척 등 또 다른 피해자를 불러모으게끔 했다.

분양을 대행한 신탁회사와는 계약을 끊었다. 인쇄소를 찾아가 신탁사 은행계좌 대신 지앤디 보유 계좌가 적힌 가짜 분양계약서를 만들었다.

계좌로 들어온 분양대금은 직원이나 지인 차명계좌, 지앤디가 보유한 또 다른 계좌 등을 다단계로 거치고 나서 인출됐다. 대금 일부는 현금이나 수표로 박씨 등에게 직접 흘러들어 갔다.

일부 피분양자가 중복 분양 사실을 알아챌 경우 분양원금에 500만∼1천만원가량 웃돈을 얹어 주는 방법으로 입막음도 시도했다.

준공이 다가오자 입주 안내 우편물과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오피스텔은 지난해 10월 준공됐지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도급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했다.

그러자 피해자들이 입주 대책을 논의하다가 오피스텔을 여러 사람이 중복 계약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기행각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박씨는 사기 행각으로 끌어모은 돈으로 범행에 가담한 직원에게 재규어 등 수천만∼수억원을 호가하는 수입 승용차를 선물하는가 하면 결혼 축의금으로 1천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내연녀와 전처 이름으로 부동산을 사들이고 자신은 그랜드체로키, 벤츠 등 고급 차 여러 대를 몰았다.

빚을 갚거나 공사비 지급, 분양금 반환, 신탁사 대금 결제, 회사 운영비 등으로도 사용했다.

직원 일부는 브로커에게 전해야 할 수수료를 가로채는 등 피의자 사이에서 복마전까지 벌어졌다.

피해금 380억원은 이런 방식으로 2015년 이전에 약 101억원, 지난 5월까지 279억여원 등 전액이 사라졌다.

경찰은 수사전담반을 편성하고 박씨 주거지와 은닉처를 압수수색하는 한편 150여개 계좌 내역을 분석해 오피스텔 분양권 63채, 토지 5필지, 아파트 1채, 은행계좌 9개, 차 1대 등 자산 30억원 상당을 동결했다.

또 상가 5채, 내연녀 소유 고급 주택, 수입차 등 52억원 상당을 추가로 법원에 추징보전 신청하는 등 피해 복구를 위한 은닉재산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시행사 관계자 4명을 구속하고 브로커 112명중 부동산경매 강사 원씨 등 브로커 38명을 구속된 주요 피의자와 함께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나머지 브로커에 대해서는 여죄를 파악해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