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추산 5만명, 정부 추산 2만명 운집
10월 2차, 3차 금융노조 총파업 진행 계획

23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아침부터 금융노조의 총파업이 진행됐다. 서울, 경기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금융노조원들이 성과연봉제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사진=손정호 기자)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금융노조가 정부의 성과연봉제와 관치금융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금융노조는 10월에도 2차, 3차 총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어서 성과연봉제는 하반기 금융권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23일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제1 금융권을 대표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9.23 총파업 및 전체 조합원 임시총회’에는 노조 추산 5만 명, 금융감독원 추산 1만8000명, 고용노동부 추산 1만9000명이 참여했다. 정부 추산으로 보면 전체 은행권 직원의 약 15%가 참여한 것. 

노조가 이날 메인 무대 쪽 상공에 대형 플랜카드를 동원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성과연봉제 저지, 강제퇴출제 분쇄, 양성 평등 강화, 청년고용 확대였다. 

이날 총파업 메인행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전국각지에서 수만 명의 인원 결집에 시간이 걸리면서 오전 11시 20분경부터 시작됐다.

사전행사 사회를 맡은 최우미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공공성을 파괴하는 불법적인 성과연봉제에 반대한다”며 “해고연봉제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면서 행사가 시작됐으며, 월드컵경기장의 절반 정도를 메운 수만 명의 조합원들이 파업 구호를 제창하기도 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노동 탄압 분쇄와 관치금융 철폐 염원을 담아 10만 금융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선언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온 동지들과 한국노총, 민주노총 참석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성과자 해고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성과연봉제를 막아야 한다. 10만 금융노동자의 분노를 담아서 해고연봉제를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여 년 전의 파업은 지금과 달랐다. 갖은 고생 속에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며 금융권 후배들을 격려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정몽준 의원과 10대 대기업 CEO들은 괜찮은가. 그들은 봐줘도 되는 것인지 분명히 말하라”며 “상위 1%와 양극화를 주도한 사람들부터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저성과자 해고 통보가 쉬워지는 성과연봉제를 국민들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23일 금융노조의 총파업에는 노조 추산 5만 명, 정부 추산 2만 명의 노조원들이 참가했다. 수만 명의 금융노조원들이 월드컵경기장 스타디움 객석을 가득 메웠다. (사진=손정호 기자)

이날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문화공연과 지부 위원장들의 발언으로 구성되는 승리마당, 3시 30분부터 40분까지 임시 조합원 총회 및 2차 투쟁 선포, 3시 40분부터 해산집회로 이어진다.

금융노조는 이날 조합원 임시총회에 올해 2~3차 총파업을 안건으로 상정했는데, 이날 1차 총파업을 계승해 10월부터 2~3차 총파업 등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지속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노조는 금융사업장에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관치금융 철폐, 성과연봉제 도입 등 성과문화 확산 저지를 위한 대정부 및 대사용자 투쟁에 낙오자 없이 총력 투쟁으로 매진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총파업에 참여한 금융노조원들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성과연봉제라는 현실에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홈플러스 2층 식당에서 후배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던 한 부산지역 참가자는 “지금도 성과를 중요하게 따지지만 이제 매월 성과를 따지고 그것을 토대로 연봉을 산정하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금융노조 총파업으로 금융대란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일반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가율이 3% 내외로 낮아 우려했던 대규모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며, 컨티전시 플랜을 작동한 은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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