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으로 방향 전환, 18곳 투자 의향 밝혀
3분기 순이익 3200억 전망...이익체력 개선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4번이나 실패한 우리은행 매각이 이번에는 성사될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우리은행 매각 방식을 과점주주 매각으로 선회하고, 예비입찰자 모집에 18곳이 참여해 매각 성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의하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30%를 4~8%씩 분할 매각하는 과점주주 매각에 18곳이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했다. 18곳의 LOI 제출자들이 인수 희망 의사를 보인 지분 규모는 82~119% 수준.

전략적 투자자(SI)로는 한화생명과 한국투자증권이 공시를 통해 우리은행 매입 의사를 공식화했고, 키움증권과 동양생명, 일본 오릭스금융그룹, 중국 안방보험 등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 투자자(FI)로 국내 사모펀드 중에서는 보고펀드,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 해외 사모펀드로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전체 LOI 제출자들 중 3∼4곳은 지분 8% 매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LOI를 접수한 투자자는 9월말부터 매수자 실사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매수자 실사기간과 입찰일자는 26일 열리는 공적자금위원회에서 결정한 후 LOI 제출 투자자들에게 개별 안내된다. 

이어 오는 30일부터 3주 동안 실사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입찰 가격을 결정하고, 11월 본입찰이 진행된다. 정부는 11월 중 최종 낙찰자를 선정해 올해 중 주식 양수도와 대금 납부 등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과점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만들어 경영전반에 의사 결정을 하는 지배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우리은행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과 체결한 경영정상화이행약정 MOU를 해지하고,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행장이 경영을 하게 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매각 후 우리은행의 배당도 과점주주 사외이사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예보는 경영상황을 확인하면서 남은 지분 21.06%를 추가적으로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우리은행에 투입한 금액은 총 12조7663억 원이다. 이중 지금까지 8조2869억 원을 회수했고, 4조4794억 원이 미회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현재 예보의 보유 지분 30%를 23일 종가인 1만1350원에 일괄 매각한다면 2조3017억 원을 추가로 회수하게 된다. 남는 미회수금액은 2조1700억 원 정도다.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방식의 성공 여부는 투자자들이 우리은행 실사 후 얼마를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회수금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정부 측의 매각 예정가를 넘는 금액을 제시해야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우리은행의 예비입찰에 최대 4배 규모의 인수의향이 접수됐지만, 실사 후 매입가 산정 과정에서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실제 매각 지분이 30%를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네 번째 매각 때와 방식이 많이 달라서 흥행에 성공했다. 시장 분위기를 보고 있지만 이번에는 매각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예보의 지분 30%를 매각한 후 남은 지분 20%는 우리은행의 주가가 더 올라가면 추가로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의 우리은행 지분 30% 매각 후 경영에 대해서는, 남은 지분 21%를 보유한 예보가 1대 주주가 아니라 이번에 매각하는 30% 지분을 보유한 과점주주들이 1대 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우리은행 실적 좋아, 어느 때보다 매입에 적절

우리은행의 과점주주 매각에 18곳이 참여하면서 매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본점 모습.

우리은행의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이유 중 하나로 예비입찰자 모집 흥행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의 실적과 건전성이 양호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KTB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우리은행 매각에 대한 투자자 호응도가 이전 지분매각 때와 달라졌다며, 우리은행의 실적 안정성과 배당매력 등이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분산 매각되면 오버행 우려는 크게 감소한다”며 “최근 대손준비금의 자본 인정 여부를 검토하는 보도가 있었는데 우리은행도 자본비율 상승과 배당금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낮은 자본비율로 주주친화정책이 제한받을 것이란 약점도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3215억 원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 한정태 연구원에 의하면, 우리은행은 지난 2분기 순이익 3071억 원, 상반기 순이익 750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4.2% 증가한 것이다. 

한 연구원은 일회성 부분도 많았지만 이익체력이 개선되면서 이익을 보여준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상반기 이자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4% 증가했다고 전했다. 대손율은 0.24%로 낮아졌는데, 카드를 포함한 그룹 대손율도 0.4%로 안정적이라고 봤다.

한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이익 변동성이 줄고 건전성이 개선돼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작년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시현했으며 올해 1조2220억 원으로 15.3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은행은 비은행이 적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대출 고성장 전략을 펴고 있다”며 “카드의 론서비스 부분을 확대하면서 이익 체력을 키웠지만 3분기 들어 성장 속도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자산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고정이하비율이 1.22%까지 하락했으며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연체율도 개선 추세가 뚜렷하다는 것. 고정이하여신대비 충당금 비율은 140.0%를 넘었으며, 은행 대손율은 0.24%, 카드 포함 그룹 대손율은 0.40%로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주요 전략적 투자자 중 한 곳인 한화생명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거점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NH투자증권 한승희 애널리스트는 “우리은행은 작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과 인도네시아 30위권 은행인 소다라은행(Bank Saudara)과 합병해 우리소다라은행(Bank Woori Saudara)의 지분 74%를 소유하고 있다”며 “한화생명은 이미 우리은행과 MOU 체결을 통해 신용보험 등 방카슈랑스 판매 계획에 있다. 채널 저변 확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우리은행 매각의 험난한 역사

우리은행 매각 시도는 이번이 5번째다. 2010년 이후 4번이나 실패했다. 

우리은행은 1998년 외환위기 후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등이 한빛은행으로 통합되고,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등이 추가로 합병돼 우리금융지주로 탄생했다. 이 과정에 투입된 정부의 공적자금이 12조7633억 원에 달해 정부는 우리은행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몸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번번이 매각에 실패했다. 처음 정부는 우리은행을 금융지주와 지방은행까지 모두 묶어 매각하려 했으나, 이 방식으로 시행된 매각에는 예비입찰 참여자가 없거나 1곳에 불과해 불발됐다.

이후 정부는 증권과 지방 은행 등의 분할 매각,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한 우리은행 지분 중 경영권 지분 30%와 나머지 지분 분할 매각 등으로 선회했지만 이 역시 실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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