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부위원장 출신, 30일 임시주총서 단독후보로 선임 예정
노조, 거래소 공직유관단체 지정 취소 행정소송까지 제기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으로 단독 추천된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단독후보가 관피아라는 이유로 금융노조와 한국거래소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나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거래소 노조는 거래소의 공직유관단체 지정 취소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27일 금융권에 의하면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2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현 최경수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30일 만료된다.

거래소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정찬우 전 부위원장을 거래소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정 전 부위원장은 박근혜정부 대통령인수위원회 출신으로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고,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해 금융권 실세로 통한다.

문제는 증권사와 보험사 등 제2 금융권을 대표하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거래소 노조가 정 전 부위원장의 정치권 인맥, 즉 정 전 부위원장이 관피아라는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거래소 노조는 27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등을 상대로 공직자유관단체 지정과 고시처분 취소 청구소송까지 제기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거래소 임원이 되려는 자는 누구든지 취업심사와 거래소 자체 임원후보검증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임되도록 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거래소는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고 정부를 설득해서 시장에 필요한 일들을 관철시켜야 하는데, 낙하산 관리는 보내준 사람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장의 팔을 비튼다”며 “정책적 소신 없이 청와대의 오더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관료든 정치권이든 좋다”고 말했다. 

그는 “정찬우 후보는 홍기택 산업은행장 등 실패한 인사를 많이 해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에 필요한 자본시장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다가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됐다”며 “신임 이사장 선임과 관련해 다르게 확정된 사실이나 진전된 내용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 거래소 노조, 왜 정찬우 내정자에 반대하나

거래소 노조는 정찬우 이사장 후보의 선임에 반대해 두 번이나 기자회견을 가졌다. 23일 사무금융노조와 거래소 노조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26일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과 사무금융노조, 거래소 노조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26일 노조 측은 정 후보가 박근혜 정권 들어 금융연구원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거치며 금융정책 실패와 인사 참극을 주도한 인물이라며,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서 탈락한 이후 거래소 이사장으로 내정돼 전형적인 정권 말 보은성 낙하산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작년 9월 정무위 소속 김기준 의원이 정 후보가 2011년 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론스타와 올림푸스캐피탈 사이에서 벌어진 국제중재재판에서 론스타의 불법행위를 적극 변호한 사실을 폭로했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후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5조원 규모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담당한 것에 대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사회적 비난이 빗발쳤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4년 8월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정 후보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2006년 대출규제 완화에 깊이 관여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의당과 노조 측에 의하면, 정 후보는 2005년까지 ‘PF 대출 부실 등으로 저축은행에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2007년부터 ‘신용위험 상승 등으로 서민금융시장이 성장한계에 왔으므로 저축은행의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PF 대출 확대 등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꾸었다. 

또한 BIS비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 제한 등 정부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데 많은 이론적 논거를 제시했으며, 2007년 8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월 200여만 원을 받는 한국저축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했다고 전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10만 서민 피해자가 양산됐으며 26조원의 사회적 비용을 치렀는데, 정 후보가 사외이사로 재직한 저축은행도 2012년 영업이 정지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앞서 23일 노조 측은 정 후보가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당시 서민금융 전문가로 구축해 놓은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한국 가계부채가 단기간 내 205조원으로 증가한 점을 지적했다. 노조 측에 의하면, 2013년 1분기 1019조이던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 1224조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정 후보가 주도한 인사가 7조원 이상의 혈세 낭비로 이어진 최근의 조선업 구조조정과 산업은행 부실화의 주범이 됐다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증권업종 노동자들은 지난 12년간 잘못된 자본시장 정책으로 고통 받았다”며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주가지수선물옵션과 ELW 시장이 고사됐고, 대형 IB 육성만 외치다보니 브로커리지를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중소형 증권사가 구조조정으로 내몰렸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에 대한 ISA 투자일임업 허가, MSCI 선진지수 편입만을 위한 거래시간 연장,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과 IPO 추진, 성과연봉제 도입 등이 정 후보가 드라이브를 건 정책들”이라며 “정 후보가 거래소 이사장이 되면 관치금융의 폐해가 자본시장에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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