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외국 투자 ‘스마트 바이오 파크’ 철회...스마트팜은 추진
농업 진출 대기업, CJ 등 25개 계열사 매출만 4365억

<사진출처=전국농민총연맹>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LG그룹 등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LG CNS는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하는 ‘스마트 바이오 파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농가 죽이기라는 비판이 일자 이를 철회하고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LG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총동해 LG CNS의 농업분야 진출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하면서 김영섭 LG CNS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농민 단체와 LG CNS가 만나는 자리 등을 마련했음에도 농민들의 사업 동참을 끌어낼 수 있는 정책마련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 LG CNS 농업 진출 '가시밭길' 예고

김영섭 LG CNS 대표.

현재 농업 진출 대기업은 하림 등 8개 기업진단 계열사 25곳으로, 매출만 436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의하면, LG CNS 이재성 전무는 지난 27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LG CNS가 전라북도 새만금 지역에 76ha 규모로 ‘스마트바이오파크’를 조성해 토마토와 파프리카 생산으로 농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LG CNS는 작년 말 기준 매출 3조2302억 원의 대기업으로, 주로 IT인프라솔루션과 IT컨버전스 등 IT 사업을 하고 있다. 

김철민 의원실에 의하면, LG CNS는 지난 7월 6일 토마토생산자단체협의회, 12일 주요 농민단체를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새만금 스마트 바이오파크(Smart Biopark)’ 사업계획서를 제시했다.

LG CNS는 전라북도 새만금 지역 산업단지 1공구 76.2ha에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대규모 시설원예 연구실증단지인 바이오파크를 구축해 50ha에 토마토, 파프리카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김철민 의원 측은 국내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주요 시설원예 생산면적이 포화상태이고 내수와 수출 부진까지 겹쳐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빚더미에 내몰리고 있다며, 올해 전라북도 남원과 김제에서 생산된 파프리카 62톤을 폐기 처분했고 추가로 72톤을 폐기할 예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 2013년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이 경기도 화성 화옹간척지에 유리온실을 추진하다 농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중단했지만, LG화학이 동부팜한농을 인수해 LG CNS와 함께 더 큰 규모의 농업생산을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LG CNS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접 작물을 재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외국 투자를 유치해서 ‘스마트 바이오 파크’를 추진하고 LG CNS는 설비 위주로 참여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농민 분들이 이것도 싫다고 하셔서 기존의 해외 투자자가 참여해 해외 재배사가 생산하는 형태의 ‘스마트 바이오 파크’ 사업은 철회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스마트팜 사업의 전면적인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 농민이 주축이 돼 생산하고 LG CNS가 스마트팜과 관련된 솔루션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형태의 농민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6일 대기업 농업 진출 저지를 위한 농업계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강력 규탄한 바 있다.

당시 대책위는 "2013년 동부그룹이 경기도 화성 화옹간척지에 대규모 유리온실을 추진하자 농민들이 나서서 동부 불매운동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동부팜한농은 끝내 사업을 중단하게 되었다"며 "그리고 동부그룹은 자금 유동성 문제가 생기자 동부팜한농을 매각하게 되고 지난 4월 LG그룹(LG화학)이 인수해서 농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LG의 새만금 진출은 대기업들의 탐욕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특히 정부 관료들은 LG의 농민단체 설명회 개최를 추진하는 등 국민 편에 서지 않고 대기업의 줄에 서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업규제 프리존 특별법’까지 발의하면서 대기업의 새만금 진출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

대책위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최근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향후 언제든 (LG가 농업진출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면서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농업진출 규제법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기업, 식품업에 이어 농업까지 대거 진출

한편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을 잠식할 수 있는 식품업에 이어 농업 분야에까지 대거 진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철민 의원실에 의하면, 지난 4월 기준 농업 분야에 진출한 대기업은 CJ, 아모레퍼시픽, 카카오, 하림, 하이트진로, 한화, 현대자동차, 농협 등 총 8개 기업집단의 25개 계열사다. 이 기업들의 농업 분야 총매출은 작년 기준 4364억 7500만원에 달한다.

이는 농림부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공개시스템(OPNI)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농업 분야에 가장 많이 진출한 대기업은 양돈과 양계, 젖소사육업, 조류사육업, 축산업 등을 하는 하림이었다. 하림은 양돈업 농업회사법인 선진한마을을 비롯해 15개 농업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매출은 3218억 4700만원이다.  

CJ그룹은 양돈, 양돈정액판매업을 하는 CJ돈돈팜, 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재배업의 CJ비르딩 등에서 482억 8800만원, 아모레퍼시픽은 음료 및 향신용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회사법인 오설록농장에서 134억 4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울러 현대자동차는 388억 76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재배업의 현대서산농장, 서림환경기술(젖소사육업), 서림개발(채소작물재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작년 12월 농업회사법인 팜컬쳐(과실재배업)를 설립했으며, 한화그룹은 농업회사법인 그린투모로우(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재배업)를 2010년 설립했다. 

또한 카카오는 농업회사법인 만나씨이에이(채소작물재배업)를 2013년 3월 설립했으며, 농협은 종자 및 묘목생산업으로 작년 135억 19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농업회사법인 농우바이오를 1990년 설립해 2014년 계열 편입했다. 

김철민 의원 측은 기업의 농업 참여는 정부의 인허가 사항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통계법도 기업의 농업 참여 통계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실정이이서, 영세 기업이나 상인들을 보호하는 다른 업종에 비해 농업은 오히려 대기업의 진출이 더 자유롭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돈만 되면 뭐든 하려고 하는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은 문제”라며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 고급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농업에 진출하면 영세농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