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검찰의 칼 끝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조성 의혹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800억원대 기금을 조성하는 데 동참했던 대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일명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드러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800억원대 기금을 출연한 60여개 기업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두 재단의 모금 과정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점이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되면 전국경제인연합의 두 재단 통합·재편 추진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사실상 '공중 분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최순실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르면 내일부터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한다.

경제개혁연대 등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개사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3개사가 10억원 이상의 출연금을 냈다. 현대자동차가 68억8천만원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 68억원, 삼성전자 60억원, 삼성생명 55억원, 삼성화재 54억원, 포스코 49억원, LG화학 49억원 등 순이다.

검찰은 조사 대상 기업이 많아 별도의 전담팀을 두고 전담 검사들을 배치해 기업들을 나눠 조사를 맡길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최씨 측이 K스포츠재단을 앞세워 두 재단 출연금 외에 추가로 별도 기부를 받았거나 받으려 시도한 롯데그룹과 SK그룹 관계자들을 불러 '기업 갈취' 의혹을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롯데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를 조사하면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내는 과정에 최씨 측의 강요성 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통해 미르에 28억원, 롯데면세점을 통해 K스포츠에 17억원 등 총 45억원을 출연했다. 당시 롯데는 '형제의 난' 이후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어서 최씨 측이 롯데 측의 이런 약점을 잡고 거액의 추가 출연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이 롯데와 SK 외에 사실상 전 기부 대상 기업으로 조사를 확대한 것은 두 재단의 설립과 기금 출연 과정에서 최씨 측이 청와대를 동원해 압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기업들에 할당해서 한 것"이라는 대기업 관계자의 녹취록을 폭로한 바 있다.

두 재단과 함께 모금을 주도한 전경련의 이승철 부회장도 당초 입장을 바꿔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이 모금을 사실상 지시했고 관련성이 있음을 시인하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역시 이런 첩보를 입수하고 안 전 수석을 내사했다. 다만 그가 우병우 민정수석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관련 내사는 흐지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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