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신현석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력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도 현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조양호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만난 사실을 인정하며, 그간 사퇴 압박과 관련한 언론보도 내용이 90% 맞다고 말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조 회장이 미르재단에 10억원 만을 기부하고 K스포츠재단엔 돈을 내지 않아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해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조 회장이 최순실 씨가 소유한 더블루K와 업무제휴 관계인 스위스 건설사의 평창 올림픽 시설 입찰을 반대해 사퇴압력을 받았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조 회장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2년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시작으로 2014년 7월 조직위원장에 선임됐지만, 올해 5월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돌연 조직원장직을 사퇴했다.

◇ 현대상선보다 유리했던 한진해운 결국 법정관리 내몰려... 최순실 입김 작용했나

자난 6일 해운업계는 올해 5월 구조조정 초기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현대상선보다 우위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물동량 기준으로 한진해운은 세계 7위, 현대상선은 17위였으며, 같은 기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보고서엔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더 낫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현대상선이 현대증권을 1조2500억원에 KB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살아난데 반해, 한진해운은 운영자금 조달 문제로 상황이 악화됐다.

또한 현대상선은 6월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하고 해운동맹 가입 사전 단계인 공동운항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자율협약 조건을 모두 이행했지만, 한진해운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정부에 3000억원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고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물류대란이 일어나면서 한국 해운업의 위기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당초 한진해운의 3000억원 지원 요청을 거부했던 정부는 뒤늦게 6조5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당시 업계는 한진해운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다는 평이 일반적이었으나, 현 정부의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진해운 사태 등 해운 업계에도 국정 농단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가 깊게 관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증권이 KB금융지주에 고가로 매각된 것과,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본 가입을 하지 않았는데도 채권단이 자율협약 조건으로 이행으로 간주한 것을 두고 정부의 의도적인 ‘현대상선 살리기’ 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채권단 및 산업은행 등은 한진해운이 현정부의 미움을 사 법정관리로 내몰렸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작년 말 천명된 해운사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한진해운이 처리됐으며 조 회장의 정상화 의지가 미흡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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