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수사 압박 부담…물밑 정지작업 마무리설도 제기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가로챈 혐의로 서울에서 체포된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11일 오전 부산지검으로 들어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일요경제] 도피 행각을 벌이던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이영복(66) 회장이 지난 10일 오후 9시 10분경 서울 모 호텔 근처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회장은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게 되자 석 달 이상 잠적했다. 사정당국의 추적을 피해 도망을 다니던 이 회장은 가족과 지인의 설득으로 변호사를 통해 자수의사를 검찰에 전했다 10일 오후 8시경 "자수를 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번복했지만 가족이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하면서 결국 체포됐다.

앞서 이 회장이 잠적한 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 후 검찰은 사건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부산지검 특수부로 이관하고 수사팀을 대폭 확대했다.

검찰은 또 지난달 말 경찰에 이 회장 검거 협조요청을 하고 공개 수배하는 등 본격적인 압박작전에 들어갔다.

엘시티 분양사무실 등을 다시 압수수색한 데 이어 부산시청,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청, 해운대구의회 등 엘시티 인허가 관련 공공기관 4곳을 동시에 덮쳤다.

검찰은 이어 엘시티 분양대행사 대표와 이 회장 도피를 도운 유흥업소 직원 등을 잇달아 구속하는 등 이 회장의 손발을 묶기도 했다.

동시에 검찰은 변호인과 가족, 지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이 회장이 자수하도록 설득하는 양동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은신기간 대포폰은 1∼2일 만에, 차량은 2∼3일 만에 바꾸고, 은신처도 자주 바꾸면서 검찰 추적을 피해왔는데, 검찰 포위망이 좁혀져 오면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경찰에 검거될 때 대포폰 5대를 소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계속 도피하면 검찰의 압박 강도가 세져 자칫 2조7000억원 규모의 엘시티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이 회장이 마음을 바꾼 이유일 것이라고 측근들은 11일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도피생활을 하면서 변호인 등을 통해 끊임없이 검찰과 물밑 정지작업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그의 심경변화는 이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관계 인사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회장이 무방비 상태로 검찰의 칼 앞에 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국정농단' 사태로 최근 구속된 최순실(60)씨와 몇 년 전부터 매월 곗돈이 1000만원 이상인 이른바 '황제계'를 해왔고, 도피 중에도 곗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회장이 3개월 이상 정관계 인맥을 동원해 검찰과 '빅딜'을 시도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체념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법조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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