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민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왼쪽부터), 이윤경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이형철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 공동대표가 사법당국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병보석 재심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요경제=하수은 기자] 금융당국이 태광그룹 전체 금융계열사를 상대로 부당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자 <이투데이>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자산운용, 흥국증권을 대상으로 검사를 착수했으며, 흥국생명 등 일부는 검사가 종료됐다. 

이들 계열사 중 흥국화재의 경우 계열사간 거래 내역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검사 기간이 다음 주까지 연장됐다. 더불어 흥국자산운용과 흥국증권에 대해서는 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과 흥국자산운용, 흥국증권간의 거래가 눈에 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나타난 흥국생명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전체 투자일임 자산 규모가 10조원 수준인 흥국자산운용과 올해 4조3665억7800만원(40% 이상 비중) 규모의 투자 일임 자문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흥국생명은 흥국증권을 통해 연말까지 400억원을 투자 목적으로 신용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금감원감사는 반사회적인 태광그룹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및 개혁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태광그룹 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가 지난 8월 태광그룹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담긴 진정서를 금감원에 낸 것이 발단이 됐다.

투쟁본부는 지난해 10월29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했다.

당시 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태광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로 인해 태광그룹의 총수일가들만을 배불리기 위해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흥국생명은 전산팀, 시설관리, 콜센터 등 일부 조직을 외부업체에 아웃소싱하면서 이를 해고회피노력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외주업체 역시 태광리얼코(현 티알엠)와 태광시스템즈(현 티시스)라는 회사로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지분을 100% 소유한 개인회사다"며 "티시스는 2014년 매출액이 약 1900억원으로 이는 태광그룹 내의 모든 계열사를 동원하는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이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태광그룹의 수상한 내부거래

앞서 <시사저널>은 지난 8월25일자 '태광그룹의 수상한 내부거래, 오너일가 입김 의혹'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진정서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에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진정서 내용을 토대로 한 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은 이 전 회장이 표면적으로는 회장 직함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격 경영을 통해 일가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진정서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계열사들은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티시스에 소속된 강원도 춘천의 골프장 휘슬링락CC로부터 김치를 시중보다 고가에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전달해 왔다. 특히 흥국생명은 고가의 김치를 수의계약으로 매입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는 것.

티시스는 이호진 전 회장(51.02%)과 아들 현준씨(44.62%), 부인 신유나씨와 딸 현나씨(각 2.18%)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계열사에 김치를 판매해 올린 수익 규모는 2015년 76.6%(총매출액 2118억원-내부거래액 1623억원)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 주류회사인 메르뱅도 계열사들에 와인을 판매해 왔다. 메르뱅이 신유나씨(51%)와 이현나씨(49%) 회사라는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정서에 적시돼 있다. 

이호진 '횡령죄' 다시 재판…나머지 유죄 확정

한편 대법원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 8월30일 13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해 횡령액을 다시 산정하라며 징역 4년6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상태다.

당시 대법원은 유죄를 인정한 2심의 판결에 대해 횡령죄 자체는 여전히 성립한다면서도 그 대상을 법리적으로 잘못 봤다는 판단했다. 그외 다른 혐의에 대해선 원심 판단을 모두 받아들였다.

이 전 회장은 직원 급여를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등 회삿돈 13억8192만원을 챙긴 혐의(업무상 횡령)를 비롯해 손자회사의 주식을 자신과 아들에게 저가로 매도하게 하는 등 그룹에 818억6433만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았다. 

1심은 209억2572만원 횡령과 액수미상의 배임, 10억9781만원 탈세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일부 배임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4년6월을 선고하고 벌금을 10억원으로 감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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