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파이코리아, 이란 통신사 컨소시엄과 8조원대 사업 체결...자회사 주가 급등
사측 “현재 회사 내부 인원이 주가조작을 의도하고 일을 추진한 적은 없다”

국내 IT업체 디지파이코리아가 박근혜 대통령의 5월 이란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이란 통신사 컨소시엄과 8조원대 사업을 체결했다고 홍보한 후 계열사 에스아이티글로벌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디지파이코리아의 홈페이지로, 올해 9월 위성통신 솔루션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적혀 있지만 리뉴얼 준비 중이다.

[일요경제=손정호 기자] 최근 일부 기업들의 늦장공시로 증권시장 공정윤리 문제가 부상한 가운데, 국내 한 IT업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는 허위사실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의 IT업체는 글로벌 위성통신기업인 디지파이코리아와 SI 솔루션 사업을 하는 자회사 에스아이티글로벌이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의하면, 디지파이코리아와 계열사인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지난 5월 1~3일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에 맞춰 이란 통신사 컨소시엄 ICCO(International Communication Company)와 8조 원대의 저궤도 위성통신망 설치사업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이란 ICCO와의 MOA 체결이 ‘박 대통령 방문으로 한국과 이란 정부간 우호협력을 다지는 시점에 소기의 성과를 이루게 된 점을 뜻 깊게 생각한다’는 문구를 넣어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에스아이티글로벌은 구두로 박 대통령의 이란 사절단에 포함됐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디지파이코리아와 에스아이티글로벌이 박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가장 및 8조 원대 허위사업 체결 의혹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금융위원회에서 조사 중이었다”며 “보도자료는 아니지만 에스아이티글로벌에서 구두로 투자자들에게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이란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대통령의 이란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자신들이 직접 이란에 갔는지 안 갔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 

당시 디지파이글로벌 보도자료에 의하면, 1만8000여개 마을로 이뤄진 이란 전역을 저궤도 위성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사업으로, 디지파이코리아는 3년간 이란 전역에 Ka 대역 위성통신 주파수를 송수신하고 다시 와이파이 대역 주파수로 변조해 일반 사용자가 통신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저궤도 위성 송수신 안테나를 설치해 3G 수준 인터넷 전국 망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이 보도 후 작년 말 6000원대였던 에스아티글로벌의 주가는 모회사인 디지파이글로벌의 대규모 사업 수주 소식에 급등했다. 올해 4월 14일 4만8800원까지 올랐다. 

디지파이코리아의 이란 사업과 박 대통령 경제사절단 언급이 주가조작을 위한 허위사실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에스아이티글로벌 주가는 지난 11월 16일 종가 1380원까지 하락했으며, 17일에도 하락 중이다.

안 의원 등은 ICCO가 이란 통신사 컨소시엄은 맞지만 디지파이코리아와 계약한 이동통신망 설치 사업에 대한 실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은데, 한 대표가 8조원 규모 사업이라는 ‘펄(Pearl, 주가를 올리기 위한 아이템)’을 활용해 주가를 조작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란 사업에 대해 홍보한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시세차익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보도 전 한 대표와 관련된 투자자들이 에스아이티글로벌 주식을 대량 매입하고 보도 후 대량 매도한 정황이 있다는 것. 

이 경우 해당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관계자들은 시세차익을 올리지만, 정보를 잘 모르고 매입한 일반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지난달 25일 한국거래소는 에스아이티글로벌에 대표이사의 횡령설과 가장납입설 사실 여부 및 구체적 내용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26~27일 두 차례에 걸쳐 횡령설과 가장납입설 관련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진정서가 10월 26일 취하됐음을 확인했지만, 해당 진정에 대해 남부지검에서 대표이사 횡령 혐의에 대해 아직 수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한국거래소는 현저한 시황변동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지난 11월 3일 에스아이티글로벌은 “당사의 최대주주인 디지파이코리아가 이란 통신업자 ICCO컨소시엄과 2016년 5월 2일 체결한 이란 내 위성통신망 구축을 위한 통신장비공급에 관한 업무협약(MOA) 관련, 9월 26일 디지파이코리아와 업무제휴협약을 맺고 이란 현지(Kish Island free zone)에서 진행 예정인 시범사업의 총괄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 에스아이티글로벌 “사업 지연은 있지만, 박 대통령 경제사절단 가장은 없다”

디지파이코리아의 8조원대 이란 사업을 통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자회사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박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이라고 가장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에스아이티글로벌 고위 임원은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에스아이티글로벌이 박 대통령의 이란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건 투자자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로, 보도자료나 기사에 그런 언급은 없다”며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당시 중소기업을 포함해서 260여 곳이 방문했는데, 1일 차이로 이메일 등록이 늦어서 쉬운 작업이었지만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도자료에는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MOA가 이뤄져 의미 있다’는 표현은 있지만 박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 왔다는 표현은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당시 MOA 기간이 3개월이었고 이후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었는데, 사업 진행이 늦어진 측면은 있다”며 “현재는 이란의 키쉬 아일랜드 프리존이라는 경제자유구역 섬에서 시범사업을 한 후 이란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현지 시연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미진한 부분이 있어서 답답한 면이 있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며 “MOA 체결 전후로 주가가 크게 급등락했고, 작년 주가 상승률 1위이다보니 금감원과 금융위 등 조사가 진행됐고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에서 사업 진척사항을 증명하라고 해서 계약서 등을 모두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란 사업 추진 및 주가 급등락과 관련해 굉장히 복잡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주가 조작세력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회사내부에 주가나 언론 관련 대응팀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현재 회사 내부 인원이 주가조작을 의도하고 일을 추진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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