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20곳 이상 기관장 임기 지나…수서고속철도 개통 등 차질,br>"조직·사업 안정적 운영 위해 국정 정상화로 인사 공백 막아야"

[일요경제]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혼란이 가중되면서 공직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의 인사 지연, 사업 차질 등이 빚어지고 있다.

공기업 내에서는 조직과 사업 안정을 위해 하루빨리 국정이 정상화돼 인사 공백을 메워줘야 하지만 얼마나 걸릴지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기업마다 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며 공석 상태가 지속하거나, 임기가 훨씬 지났는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추진 중인 일부 사업이나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데 차질이 빚어지고, 내부 인사가 지연되는 등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인천 신항 배후단지 조성이나 골든하버 개발사업 등 현안이 산적한 인천항만공사는 현재 신임 사장 선임이 미뤄지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9월 유창근 사장이 현대상선으로 갑자기 자리를 옮긴 이후 2개월째 사장 자리가 비었다. 현재 경영본부장이 사장 대행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인천항만공사 항만위원 4명, 외부인사 2명)를 구성했지만 20일 가까이 지나도록 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임원추천위가 공모에서 3∼4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1명으로 압축한 뒤 해양수산부 장관이 임명한다.

그러나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정부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임원추천위가 후보를 추천해도 후속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임원추천위가 사장 후보 공모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기본적인 업무는 그대로 진행하지만, 신규 사업이나 규모가 큰 사업은 사장이 공석이다 보니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재갑 이사장의 임기가 이미 지난 9월 끝났지만, 신임 이사장이 선임되지 않아 이사장직을 계속 맡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이 이사장처럼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아직 업무를 보는 공공기관장이 22명 이른다.

임기가 끝난 상태여서 언제 새 이사장이 발령 날 지 몰라 신규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지금의 국정 위기가 장기화하면 신임 이사장 인사뿐만 아니라 내년 1월 예정된 내부 인사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사장은 대통령 임명직인 후임자 지정 전까지 계속 근무할 수 있다"며 "임기가 끝난 이사장이 새 이사장이 오기 전에 평소처럼 현안을 챙기고, 각종 사업도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안정적 운영과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새 이사장을 빨리 뽑거나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는 이사장 임기라도 연장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전 KPS 최외근 사장도 지난주 임기가 지났지만, 후임 사장이 정해지지 않아 사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후임 사장을 선정하려면 이사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사회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아 최 사장의 임기 연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 KPS 관계자는 "후임 사장은 이사회에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장 후보를 추천하면 주주총회에서 의결한다"며 "현재 이사회를 개최 문제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송성각 전 원장이 '최순실씨 사건'과 관련해 구속되면서 강만석 부원장의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후임 사장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선장 없는 상태로 조직이 운영되는 등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최순실 사태로 공기업의 주요사업에 큰 차질이 생긴 사례도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수서고속철도를 완공해 11월 1일부터 철도 운영사인 ㈜SR이 영업시운전을 하고 있지만, 12월로 예정된 개통일을 확정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

서울 수서역에서 동탄역, 지제역을 지나 평택에서 경부고속철도와 연결되는 61.1㎞ 구간의 수서고속철도는 2011년 5월 착공돼 현재까지 3조1천272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개통일은 국토교통부가 결정하는데 철도시설공단과 SR 측은 확정되지 않아 난감한 상태다.

철도 117년 역사상 처음으로 코레일과 SR이 본격 경쟁하는 시대를 맞게 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개통일에 대통령은 물론, 총리마저 참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경남혁신도시 한국남동발전은 17일 진주 본사에서 허엽 전 사장의 후임으로 온 정재원 신임사장 취임식을 열었다.

지난 9월 허 사장의 임기가 끝난 뒤 공모과정을 거쳤는데도 "사장 취임이 늦어진 것이 최순실 사태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자 남동발전 측은 "국정감사 등으로 늦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밖에 일부 공기업은 사장 선임이 늦어져도 예정된 인사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 김천의 한국전력기술은 후임 사장의 선임이 지연되고 있지만, 연말 정기인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워 연초부터 신규 수주에 회사 역량을 집중해온 만큼 연말까지 1조원대 신규 수주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모든 역량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8천200억원대의 신규 수주를 올려 에너지 시장의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선방하고 있다는 자체평가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정국이 혼란스럽다고 회사의 경영활동까지 취소·중지하면 안 되고, 후임 인선 시까지 확고하게 경영관리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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