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공식타결로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로 국내 농산물이 꼽힌다. 

 

<일요경제>는 현재까지 공개된 한중FTA 협상내용을 토대로 품목별 농산물 영향을 집중 점검해 본다. 

 

 

 

 

 

◆ 역대 FTA 최저 수준 농산물 개방 

 

이번 FTA 협상으로 중국에 개방되는 농산물은 전체 1만6천여 품목 가운데 70%. 이는 역대 FTA 중 최저 수준이다. 농축산물 협상의 경우 쌀은 완전 제외하고, 농수산물 분야와 관련해서는 농수산물 자유화율을 품목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합의했다. 

 

양국은 쌀 및 쌀 관련 제품은 협정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관세철폐 의무 이외 관세와 관련된 협정상의 모든 의무에서 적용이 배제된다.

 

감귤과 소비대체 효과가 큰 오렌지, 과실류 주요 가공품인 포도, 사과, 복숭아, 딸기, 토마토 주스도 양허제외됐다. 양허제외란 관세철폐 대상품목에서 제외됐다는 뜻이다.

 

축산업종은 번식용 가축, 저율 관세품목(돼지비계 3%), 축산 가공품(알부민) 등 국내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품목만 일부 개방키로 했고, 과실류는 토마토케첩과 토마토 페이스트 외에는 국내 주요 생산ㆍ소비 품목도 양허제외됐다.

 

견과류도 국내 주요 생산품목인 밤, 호두, 잣, 대추, 은행 등은 양허제외하고, 바나나 등 수입 농산물 간 경쟁 관계에 있는 품목만 개방했다. 고추ㆍ마늘ㆍ양파ㆍ생강 등 서민경제에도 민감한 양념채소, 배추, 당근, 무, 오이, 가지 등 주요 밭작물과 인삼과 홍삼 등 인삼류도 양허제외됐다.

 

인삼류는 고율관세(222.8%~754.3%) 세부품목은 모두 양허제외하고, 음료ㆍ차 등 저율관세(8%) 세부품목만 20년 철폐로 합의했다.

 

참깨는 저율관세할당(TRQ)로 매년 2만4000톤을 수입하고, 들깨는 5년에 걸쳐 현행 관세(40%)를 36%로 부분 감축키로 했다. 

 

저율관세할당은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을 말한다. 

 

김치(20%)는 기존 관세의 10%이내 에서 감축키로 했다. 사료는 근채류를 제외한 보조사료, 배합사료 등이 15년~20년 내로 서서히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현재 328%의 관세가 적용되는 종자용 옥수수는 10년 뒤 130%까지 낮아지고 사료도 20년 내에 관세가 철폐돼 값싼 중국산 사료가 들어올 전망이다.

 

중국은 기체결 FTA에서도 양허제외한 전통적 민감 품목인 쌀, 설탕, 밀가루, 식물성 유지, 담배 등 102개 품목을 양허제외하기로 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신선 육류와 과채류 가공품, 파스타, 인스턴트 면 등은 20년내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김치 등 조제저장 채소, 커피 조제품 등도 대부분 20년 이내 관세를 철폐한다. 냉동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신선 사과, 배·포도 등 과실류 등은 10년내 관세를 철폐한다. 채소류는 신선·냉동을 불문하고 전 품목을 10년 이내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가장 민감한 분야였던 동·식물 위생·검역(SPS)은 농업계의 우려를 감안해 세계무역기구(WTO)/SPS 협정 수준으로 최종 합의했다. 따라서 이 협정을 넘어서는 추가적인 의무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WTO/SPS 협정의 이행 및 양국 간의 SPS 사안에 대한 협의를 위해 SPS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위생ㆍ검역(SPS) 및 무역기술장벽(TBT) 사안을 제외한 비관세조치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증진시키고 협의 기회를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일방 당사국이 확인한 비관세장벽 관련 이슈에 대하여 상품무역위원회 산하 작업반을 개최키로 하는 등 유동적인 대응이 눈에 띈다.

 

지역화 등의 검역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조항들은 삭제하고 FTA상 분쟁해결절차는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 "예상만큼 피해 없을 것" 

 

전문가들은 한중FTA로 우려한 만큼 농축산물 분야에 피해는 없을 것으로 주장했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쌀 등 국가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뚜렷한 품목을 지켰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농업을 방어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반면, 중국정부는 중국은 제조업 부분 방어에 역점을 뒀다. 서로가 중점을 둔 부분에서 완충점을 찾아 타결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서진교 무역통상실장은 "농산물에 미칠 영향은 현재 수준에서 별 다른 변동은 없을 것이다"라며 "농축산물 협상에 있어 가장 민감했던 쌀, 고추 등 영향력이 높은 품목들이 제외돼 실제 피해는 크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협상에 있어 핵심은 TRQ 변동 폭이었다"며 "농산물 수입은 대다수 필요에 의해서 중국 쪽으로부터 들여오는 것이 상당수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TRQ를 통해 국내 산업 보호 및 수급 안정 도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에서는 국내 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한 곡물류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부대변인은 "이번 한중FTA가 ‘타결’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매우 낮은 단계 타결이다.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실질적인 양허제외는 30%에 불과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특히 대두와 참깨, 팥 등의 농산물은 저율관세할당 품목에 포함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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