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상무, 2009년 보락 장녀와 결혼...2010년 보락 주요매출처에 LG생활건강 등장
LG생활건강 “보락과 1990년대부터 거래, 매출 증가만 한 건 아냐...비중도 미미”

구광모 LG 상무.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LG생활건강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의 처가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LG그룹의 유력한 회장 승계자로 꼽히는 구광모 LG 상무는 지난 2009년 10월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와 결혼했는데, 이후 보락의 주요매출처로 LG생활건강이 등장한 후 비중이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식품과 화장품 재료를 식품 및 화장품 회사에 B2B(Business to Business) 방식으로 판매하는 보락은 1998년부터 사업보고서가 웹에 저장돼 있다. 2008년까지는 유통 및 판매 경로 외에 주요매출처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지만, 2009년 해태제과(10.18%)와 동아제약(9.68%), 신풍제약(5.05%), 오리온(4.64%) 등이 주요매출처로 기재돼 있다.

구광모 상무가 보락의 장녀와 결혼한 이후인 2010년 주요 매출처가 해태제과(9.67%), 오리온(9.28%), 동아제약(6.83%), 신풍제약(5.72%), LG생활건강(3.40%)으로 LG생활건강이 등장한다.

2011년 LG생활건강의 매출 비중은 5.66%(14억 원) 정도로 증가하고, 2012년 8.61%(27억 원)로 늘어난다. 

하지만 2013년부터 주요매출처 비중과 거래금액 등 상세정보가 제시되지 않고 “엘지생활건강, 태평양제약, 해태제과, 동아제약, 오리온 등이며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42.20%에 해당한다”고만 표시돼 있다.

2014년에도 보락 주요매출처 중 첫 번째로 LG생활건강이 거명되는데 전체 비중은 39.03%, 작년에는 주요매출처 비중이 45.41%인데 LG생활건강이 첫 번째로 기재돼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주요매출처의 누적 비중은 44.78%로, 역시 LG생활건강이 첫 번째 순서로 적혀 있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보락은 2010년 처음으로 LG생활건강과 거래한 곳은 아니고 1990년대부터 오랫동안 거래해온 업체”라며 “오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LG생활건강과 보락의 매출이 증가하기도 했지만 계속 증가한 건 아니며 보락에 대한 LG생활건강의 거래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작년 매출 5조3284억 원, 영업이익 6840억 원을 기록했다. 샴푸와 치약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 코카콜라음료와 해태음료 등 음료사업을 하고 있다. 

LG그룹은 2003년 국내 최초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등 국내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가장 건전한 기업문화를 가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구광모 상무가 근무 중인 LG는 별도의 사업을 하지 않고 자회사로부터 배당수익과 브랜드 상표권 수익 등을 올리는 지주사로 국내 계열사 75개와 해외법인 335개를 보유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과 특수관계인 35명이 지분 48.1%를 소유해 안정적인 지배권을 보이고 있다.

LG의 최대주주는 구본무 회장(11.28%),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 부회장(7.72%) 순이다. 세 번째는 지분 6.03%를 보유하고 있는 구광모 상무다. 

구광모 상무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었다.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구광모 상무는 LG 외에 LG상사(2.11%), 범한판토스(7.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가치는 7300억 원 수준으로 LG그룹 4세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해 9월 30일 기준 보락의 최대주주는 정기련 대표(26.16%)다. 특수관계인 지분은 40.88%로, 작년 말 기준 보락의 직원은 118명, 매출 310억 원 규모다. 

과일맛과 바닐라맛 등을 내는 식품용 향료와 화장품, 비누 등에 들어가는 화장품 향료 등을 판매하는데, 작년 기준 보락의 식품첨가물 매출은 206억 원, 의약품 원료 63억 원, 사카린나트륨 등 유통업 34억 원, 임가공 외 기타 7억 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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