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 "밀린 임금 요구할 때마다 위압적인 태도 보이며 대금 안줘"
계룡건설 측 “일방적인 주장일 뿐 지난 10년간 수차례 면담 증거 내놓지 못해”

계룡건설 전 협력업체 임원 최씨가 13일 세종시 대평리 계룡건설 LH아파트 건설현장 내 타워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대전에 기반을 둔 건설업체 계룡건설의 전 협력업체 임원이 십수년째 밀린 공사대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12일 타워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나 계룡건설 측은 "증거 없음"이라는 입장만 재차 내놓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15년간 계롱건설과 일한 협력업체 A사 임원인 최 모(57) 씨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세종시 대평리에 있는 계룡건설 LH 아파트 건설현장 내 타워크레인 30m 높이에 올라 8년째 밀린 공사대금 지불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최 씨는 타워크레인에 ‘악덕기업 계룡건설은 돈 내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최 씨는 계룡건설 측과 다음날 협상을 약속하며 타워크레인에서 오후 4시40분경 내려온 것으로 <일요경제> 취재결과 확인됐다.

13일 오전 10시30분 최 씨는 계룡건설 측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향후 최 씨의 요구가 수용될 지는 미지수다.  최 씨는 “16일까지 결과를 통보를 하지 않으면 국회의사당도 올라갈 것이다”고 예고했다.

한편 최 씨는 협력업체 A사에 8년간 밀린 약 2억3000만원의 임금을 줄 것을 요구하며 타워크레인에 오르게 됐다.

최 씨에 따르면 해당 금액은 계약서상 임금 외 발생한 공사대금으로, 계룡건설 측은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할 때마다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금을 치루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최 씨는 2000년 당시 16대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의 선거운동을 위해 사용한 5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역시 받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계룡건설은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 씨는 “선거가 끝나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었다”고 말했으나 계룡건설 측은 “최 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지난 10년간 수차례 면담에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반박한 것.

최씨에 따르면 그가 공사대금, 선거비용 등을 줄 것을 요구할 때마다 계룡건설 측은 “앞으로 계룡건설과 일하지 않을 작정이냐”는 등 고압적인 태도로 최씨의 주장을 묵살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외로도 계룡건설 전 협력업체 B사의 임원 송 씨도 계룡건설로부터 약 3억원의 공사대금이 밀려있다고 주장한다. 최 씨는 “송 씨가 계룡건설과 십수년간 투쟁하다 건강이 위독해져 최 씨와 함께 타워크레인에 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씨가 계룡건설로부터 받지 못한 금액은 공사대금 약 3억2000만원, 선거비용 약 700만원이다.

최 씨는 “계룡건설 측의 협박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을 계속 해왔지만 결국 빚만 지게 돼 밀린 공사대금을 요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13일 최 씨는 계룡건설과의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나와 송 씨의 입장을 메모까지 해가며 들어갔지만 밀린 대금과 관련해 어떠한 확답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계룡건설 관계자는 “최 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공농성을 벌여 말을 안들어볼 순 없었다”며 “원칙적으로 ‘최 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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