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이사장’ 인하대 졸업 후 입사, 초고속 승진...조종사노조 파업 등 과제 산적

조원태 대한항공 신임 사장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지만 경영능력과 함께 사내외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종사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일감몰아주기로 검찰에 고발되는 등 여전히 소란스럽기 때문이다.

20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조원태 사장은 지난 11일 대한항공 대표이사 취임식을 진행했다. 1976년생인 그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의 유일한 아들로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기내서비스‧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의 남동생이다. 조현민 한진관광 대표이사 겸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 진에어 부사장은 여동생이다.

조원태 사장은 조양호 회장이 학교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하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2009년 여객사업본부장, 2011년 경영전략본부장, 2013년 화물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승진했는데, 우리나라 사장의 평균 연령이 57.2세인 것을 감안하면 15년이나 빠른 속도다. 

조원태 사장은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을 문제로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남녀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해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이며,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과 한국공항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서 재계에서는 차기 회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달 22일 11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며 대한항공이 땅콩회항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종사노조는 계열사를 통해 회사 재산을 회장 자식들에게 빼돌리고, 탈세를 무마하기 위해 검사에게 100억원대 일거리를 몰아주는데 정비예산을 축소해 엔진결함 문제가 빈발한다고 비판했다. 10년간 조종사들의 실질임금을 깎아서 외국과 2~3배 격차가 나 유능한 조종사들이 이탈하고, 국내 청년실업이 심하지만 빈자리에 경력이 적은 외국인 조종사를 파견직으로 배치한다는 것.

조종사노조 측은 “대한항공은 5년간 주주 배당을 하지 않았고, 20년 동안 법인세를 자발적으로 납부한 적이 한 번도 없고 2년간 적자라 내지 못했다고 한다”며 “항공산업 호황에도 부채비율이 1000%에 육박하는데, 주주와 직원들이 아니라 임원과 회장 일가를 위해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종사노조는 사측의 1.9% 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항의 표시의 39%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1월 중 파업에 재돌입하기로 했으나 조원태 사장 취임 등 인사이동이 있어 이번 설 연휴 이후에 파업 재개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노조는 1차 파업 후 철회하고 지금은 소강상태”라며 “파업을 더 진행하려는 생각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화가 중요해서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작년 11월 말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과징금 14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대한항공과 조원태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는 총수일가의 100% 가족사다. 

유니컨버스는 한진그룹 IT 업무 담당 계열사로 조원태 사장이 지분 38.94%로 최대주주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가 각각 27.6%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2015년 전체 매출의 74%인 253억 원을 그룹 내부에서 조달했다. 대한항공 기내 상품 판매를 하는 싸이버스카이의 경우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2015년 68%, 2014년 81%에 달했다.

이 문제에 대해 대한항공은 “공정위에서 의결서를 보내주면 보내준 것들을 검토해야 하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며 “의결서를 받아서 보고 세부적으로 분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조원태 사장은 작년 10월 한진해운신항만 이사로 선임된 지 1년이 되지 않아 물러났는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경영이 악화돼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한진해운은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미망인인 최은영 전 회장이 방만한 경영을 해 해운업 구조조정 등 부실 여파를 확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최은영 전 회장은 조세포탈과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항항공 측은 “당시 해운 쪽 전문이사들로 교체되는 시기이고 인원수에 제한이 있었다”며 “문제가 많아서 전문가가 이사를 하는 게 낫다고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는 어불성설”이라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