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말 고시 개정이어 방역대 계란반출 사실상 허용. 계란수집상 통해 AI 오염 가능성 계란 유통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물가에 집착한 나머지 계란 반출을 허용하는 등 원칙을 져버린 방역정책을 펼쳐 논란을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농식품부가 2014년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실시요령 개정으로 발병 농장 인근 관리·보호지역의 닭 종란과 수정란을 AI바이러스 사멸 조건으로 출하할 수 있도록 하고, 작년 7월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을 바꿔 관리·보호지역에서 가공용으로 식용란을 출하할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작년 11월 16일부터 12월 14일까지 AI가 발병했음에도 계란 수집판매상이 가공용임을 내세워 계란을 유통할 수 있었던 것. 11월 19~20일, 26~27일, 12월 12~14일 등 전국적인 이동제한조치를 제외하곤 AI 발병 농가에서 계란이 반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권 의원실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15일부터 20일까지 차량무선인식장치(GPS)를 부착한 식용란 수집 전용 차량을 지정하여 농장에서 환적장으로 반출할 수 있게 하고, 환적장에선 별도 차량이 방역지역 밖으로 계란을 유통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후 AI가 산란계에 집중되면서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농식품부는 뒤늦게 12월 21일부터 27일까지 방역지역 내 알 이동을 금지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3일 기획재정부는 범정부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AI 확산으로 인한 계란 수급 불안에 대응해 제한적으로 반출을 완화하고 할당관세 적용으로 계란수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AI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농식품부가 3km 방역대 안에서 알 이동을 전면 중단시킨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물가안정을 내세워 수집판매상을 통한 계란 유통을 허용한 셈이다"며 “농식품부가 보호·관리지역 계란 반출을 허용하면서 여러 조건을 달았지만 사실상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AI 대란을 초래한 원인으로 사전신고제를 꼽았다. 사전신고제는 농장주가 미리 계란출하 날짜와 출입차량을 신고하면 시군구가 신고차량이 AI 발생지역을 드나들었는지 GPS 기록을 확인해 AI 오염 가능성이 있는 차량은 농장 출입을 금지하는 절차다.

그러나 GPS를 부착하지 않거나 장착했더라도 전원을 끄고 운행한 위반 차량이 305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12일 위반차량 305대를 관할 지자체에 통보하고, 고발하거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김 의원은 “축산차량으로 통제 차량 대상이 제한, 관리보호 역내 계란 반출 허용 등 2014년을 기점으로 AI,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에 대한 방역기준이 적잖이 완화됐다”며 “이렇게 방역기준이 느슨해지면서 살처분 마리수는 AI 발생 때마다 늘어서 올 들어 3300만마리까지 불어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역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는데 기준을 완화한 결과, 세계에서 보기 드문 가축 몰살과 살처분 보상금을 국가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방역과 식품안전과 같이 전문적이고 민감한 현안을 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다 기획재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것을 이런 정부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월권행위가 최악의 AI참사를 낳은 원인”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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