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5년 5개월만의 특별법, 3·4단계 피해자 인정받아 지원 가능해져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일어난 지 5년 5개월 만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지만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당초 요구했던 사항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을 표현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참사넷)는 논평에서 “그동안 피해자들이 흘려야 했던 피눈물을 생각하면 이번에 가결된 특별법은 아직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며 “부족하나마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던 1·2단계 피해자들은 물론, 정부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지 못해 사실상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던 3·4단계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전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피해 규모가 날로 늘고, 폐 등 호흡기 이외의 질환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어 피해자들은 징벌적 배상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피해자들은 피해구제기금에서 살인기업들이 내놓을 총액을 1000억원 규모로 제한하고,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가습기참사넷은 “기금 출연을 거부한 정부가 결국 빠진 것 또한 두고 두고 사태의 근본적 해결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2소위를 거치면서 급여 지급 요건이 오히려 강화되고, 피해자단체 지원이 빠진 것과 관련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난 살생물제 참사이기에 피해자들간 연대와 시민사회의 역할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향후 피해 규모와 실태를 반영해 반드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 피해구제위원회 안에 ‘폐질환조사판정 전문위원회’와 함께 ‘폐이외질환조사판정 전문위원회’를 두도록 해 폐 질환 외 다양한 신체적 부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잠재적·중장기적 피해를 보다 전문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됐다.

가습기참사넷은 피해자들의 구제급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해지고, 법 적용 시효가 당초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습기참사넷은 정부를 향해 제대로된 피해 구제에 앞서 철저한 피해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당장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피해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판정 기준과 관리 방법부터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도 가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참혹한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진상부터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이들은 ‘옥시방지법’, 즉 징벌적 배상법, 집단소송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화학물질 관리법제들도 이번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을 발판삼아 제대로 손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