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 회장 측 "일방적인 주장일뿐, 아이팩은 담 회장이 인수했던 회사"

약탈경제반대행동과 동양그룹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5일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게 은닉한 재산을 환수할 것을 요구하는 고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출처=동양채권자비대위)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1조원이 넘는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수만명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던 지난 2013년 동양그룹 사태로 현재까지도 보상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재산 은닉으로 고발당했다.

동양그룹채권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김대성 대표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지난 15일 이 전 부회장을 강제집행면탈죄,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그의 아들 담서원 씨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 상 조세포탈죄 등으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비대위 등은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배상을 바라는 피해자를 상대로 또다시 사기를 쳤다”며 은닉재산을 환수해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들에게 돌려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혜경 전 부회장의 제부인 담철곤 회장이 소유한 아이팩을 은닉재산으로 지목했다. 아이팩의 원소유주인 이양구(이혜경 부친) 전 동양그룹 회장 사망 후에 담 회장이 아닌 이 전 부회장에게 상속됐어야 한다는 것.

아이팩은 오리온 초코파이 제품 등의 포장지를 제조하는 업체로, 이양구 전 회장이 1989년 사망하기 전까지 담철곤 회장에 의해 관리됐으나, 현재 오리온에 흡수 합병된 상태다.

그러나 이양구 전 회장은 사후에 그의 처인 이관희 여사와 딸 이혜경, 이화경(담철곤 처)에 아이팩의 47% 차명 주식을 상속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등은 이양구 회장 사망 후 이관희 여사, 이혜경, 이화경에 상속돼야 할 아이팩 주식이 어떠한 경위로 담철곤 회장 앞으로 돌아갔는지에 대해 의혹을 품고 고발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대위 등은 또 이혜경 전 부회장이 아이팩 지분을 자신 앞으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양사태 때 고가의 그림을 빼돌려 매각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 전 부회장이 더욱 과중한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해 ‘꼼수’를 부렸다는 것.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이 전 부회장이 민형사상의 조치를 통해 차명을 보관한 아이팩 지분을 자신 명의로 변경해 채권자들의 채무에 변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은 동양사태 당시 피해자들에 자신들의 재산이 환수되어 피해배상에 쓰이길 바란다는 자필서명까지 공개한 바 있으나, 그간 아이팩과 관련한 재산 환수를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담 회장에게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발장에 따르면 담 회장이 아이팩 차명 보유 지분을 자신 앞으로 돌리면서 상속인인 이 전 부회장에게는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김대성 동양채권자비대위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 전 부회장과 주고받은 내용 증명을 통해 “(담 회장이) 본인에게 물어본 적도 없고, 동의한 사실도 없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오리온 측은 담 회장의 아이팩 지분이 이혜경 전 부회장에게 상속됐어야 한다는 의혹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일요경제>와의 통화에서 오리온 관계자는 “(일각의) 일방적인 주장이다”며 "일단 아이팩이 이혜경 전 부회장한테 상속되어야 할 재산은 아니고 1988년 당시 담철곤 회장께서 본인이 인수했던 회사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오리온이 아이팩을 흡수 합병을 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회사다"며 "이혜경과는 무관한 회사다"라고 말했다.

한편 2013년 9월 동양사태가 터지면서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이 발행한 부실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매입한 4만여명은 규모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떠안았다. 이 가운데 27%(금액기준)는 아직까지 변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 변제 완료된 금액과 변제 예정인 금액을 제외하고 향후 이혜경 전 부회장이 피해자들에게 변제해야 할 금액은 4598억원 가량 남았다.

특히 동양그룹 계열사 5곳 중 동양인터내셔널의 경우 기업어음(CP)의 변제 이행률이 35%밖에 되지 않아 앞으로 변제해야 할 금액은 123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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