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불량 손실비용 한라캐스트에 현금 지급, 2차 지급 여부는 책임 아냐”
갑질피해대책위 “단체 카톡방 만들어, 1차 외에 2차 협력사에도 업무 등 지시”

LG전자 G5 하청업체들은 구매서 미교부와 불량손실 전가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16일 LG전자갑질피해대책위가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모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스마트폰 사업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LG전자가 실패한 전략 스마트폰 G5 하청업체들과 마찰음을 내고 있다. G5 하청업체들은 LG전자가 불량 손실을 전가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지난 16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LG전자갑질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기자회견에서 제기됐다. 

대책위는 이날 LG전자가 2015년 11월 G5 금속 케이스를 1차 하청업체인 한라캐스트에 개발 의뢰를 하고, 한라캐스트가 2015년 11월부터 대성코팅 등 2차 하청업체 약 20개사에 G5 금속 케이스 개발과 제작을 재하도급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LG전자가 G5 금속 케이스 단가를 정하지 않고 구매서(PO)도 발급하지 않은 채 하청업체에 제작을 지시했다며, 서면 미교부로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책위는 2차 하청업체들이 대부분 삼성전자의 2차 하청업체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LG전자가 금속 케이스 기술 없이 처음 출시한다는 부탁을 믿고 개발 및 제작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LG전자의 단가 미정, 부당한 경영개입과 수령 거절, 반품 손실 전가, 1차 하청업체인 한라캐스트의 회생신청 등으로 250억 원의 결제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직원 수백 명이 근무하는 2차 하청업체들이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고 호소했다.

LG전자가 G5 금속 케이스의 초기 설계 오류로 불량 없는 생산비율인 수율이 처음에 20~25%로 매우 낮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로 인한 손실은 1차 하청업체가 부담하게 됐는데, 1차 하청업체의 부도로 2차 하청업체들도 피해를 보게 됐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대책위는 LG전자가 G5 금속 케이스를 하청하면서 1차, 2차 하청업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2차 하청업체에게 부당한 경영간섭을 했다고도 비판했다.

대책위에 의하면 LG전자 강모 직원은 작년 3월 1일 1차, 2차 하청업체들을 멤버로 한 카톡방을 열어 직접 2차 하청업체에 지시를 하고 보고를 받았다. 이어 4월 7일 LG전자는 대구공단에 내려와 1차, 2차 하청업체 관계자 30명을 불러놓고 ‘G5 구미협력사 격려석식’을 하며 LG전자를 믿고 열심히 일 해달라고 요청했다. 

8월 22일 LG전자 MC기구조달팀장은 1차, 2차 하청업체를 방문해 제작 현황을 점검하는 등 2차 하청업체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다는 것. 

대책위 측은 LG전자의 2차 하청업체에 대한 이러한 행위들이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하도급법 금지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하청을 요구해 시설투자를 했지만 원청업체가 스마트폰 부품 생산을 국내 하청에서 해외 생산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해 LG전자를 믿고 시설투자를 한 국내 업체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으로 이전해 국내 제조업 공동화가 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LG전자는 (G5 금속 케이스) 양산에 들어간 후 상당 시점이 지나 단가를 정했고 그 후에 정식 구매서를 발급했다”며 “1차 하청업체인 한라캐스트 관리를 부실하게 해 2차 하청업체들이 250억 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LG전자는 약 20~25억 원의 완제품 납품을 부당하게 거부하고 대금 지급을 거절하기도 했다”며 “2차 하청업체가 도산 위기에 처하자 2차 협력업체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방관자 태도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20일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불량으로 인한 손실 부분에 대해 작년 8월 한라캐스트에 현금으로 지급했다”며 “2차 하청업체에서 (1차 하청업체인) 한라캐스트에서 돈을 못 받은 것 같은데, 한라캐스트에서 2차 하청업체에 돈을 지급하는 문제를 LG전자의 책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LG전자는 지난달 25일 실적 발표를 통해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가 전략 스마트폰 G5 판매 부진과 시장 경쟁 심화로 영업적자가 늘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MC사업본부는 지난 4분기 매출 2조9036억 원, 영업손실 467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 판매 호조와 북미시장 판매량 증가로 전분기대비 15.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V20 마케팅 투자와 사업구조 개선활동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됐다는 것.

LG전자 MC 부문의 작년 누적적자는 약 1조2000억 원으로, 모듈형 전략 스마트폰으로 주목받았던 G5는 지나친 차별화로 인한 소비자 외면과 늦은 출시, 수율 문제 등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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