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의 60∼70%가 한국에 안올수도한국 숙박업·요식업·면세점 타격 불가피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대구 중구 롯데백화점 대구역점 앞 광장에서 사드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일요경제=하수은/김영준 기자] 국방부와 롯데 간에 지난달 28일 고고도지역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부지인 성주CC(성주골프장)와 부지 교환계약을 체결된 이후 한중 간 갈등이 경제 분쟁이 심화되면서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최대 위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말 롯데가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뒤 중국의 경제 보복이 속속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드 부지를 내놓은 롯데가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3일 한국과 중국 롯데에 따르면 지난 1일 롯데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유통시설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일제 점검이 이뤄졌다.

내용별로 분류하면 중국 전역에서 위생·안전 점검이 6건, 소방 점검이 4건, 시설 조사가 7건 진행됐다.

아울러 롯데와 롯데 거래처가 모든 위험(리스크)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신용장 발급 조건이 변경된 경우도 확인됐다. 예전에는 중국 은행도 위험 일부를 분담했으나, 이제 롯데계열사와 해당 회사와 거래하는 중국 업체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식으로 조건이 불리해졌다는 얘기다.

일부 식품 계열사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의 재입점 심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탈락' 통보를 받았고, 한 유통 매장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옥상 네온사인 간판과 입구 앞 광고를 철거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롯데 중국 철수' 문구가 붙은 자동차를 유통사 매장 입구에 주차해 놓는 사례도 있었다고 롯데 측은 전했다.

롯데 유통 계열사의 경우 현재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현지에서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며 '쓴맛'을 봤는데, 불매운동과 규제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중국 사업 전면 철수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심지어 이날 안후이 성 우후(蕪湖)시 무선관리처는 우후시 롯데마트 중양청(中央城)점에 "매장 내에서 불법 무선신호를 사용하는 무전기 30대를 사용했다"며 2만위안(340만원)의 벌금 처분을 내렸다.

롯데 관련 홈페이지 등에 대한 온라인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에 대한 '보복' '응징'을 수없이 거론한 중국을 가장 먼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정오부터 롯데면세점의 4개 언어로 된 모든 홈페이지(PC·앱)가 마비됐다가 복구됐다. 일단 롯데면세점과 경찰은 원인으로 트래픽(접속량)을 갑자기 늘려 시스템 다운을 유도하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지목했다.

롯데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모두 328건의 롯데와 사드 관련 언론 보도가 확인됐는데, 이 가운데 현지 롯데의 피해 상황을 전한 보도가 108건이었고 롯데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과 제재 방안이 언급된 기사도 81건에 이르렀다. 한국 정부의 무리한 사드배치를 비판하는 기사도 62건 보도됐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1일 사설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은 시장의 힘을 통해 한국을 벌함으로써 한국에 교훈을 줄 주요한 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특히 "한중 갈등이 가속하고 있어 삼성, 현대 등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롯데그룹 외 나머지 유명 한국 유통업체들도 중국 소비자들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사드부지 제공자'로 지목된 롯데만이 아니라 다른 한국 기업까지 불매운동 등의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이다.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베이징의 한 식당에 '한국 손님 거부'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중국 웨이신 캡쳐]

◇ 한국 관광업계가 상당히 큰 타격

중국의 사드 보복이 노골화되면서 국내 여행사들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자국 여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이 조치로 인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여행사를 통해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60∼70%에 달한다는 점에서 한국 관광업계가 상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의 숙박업, 면세점, 식당 등이 매출감소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제주도는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중국 현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은 이날 오후 늦게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해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 중단을 구두로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한국행 단체관광뿐 아니라 여행사를 통한 자유여행도 불가능하게 됐다.

이 같은 한국 관광상품 판매금지 조치는 이날 수도인 베이징을 시작으로 앞으로 지역별 회의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 시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관광·여행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 국가여유국의 새 지시에 따르면 당장 방한 관광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 여행객이 약 60%이고 나머지 40%를 단체 여행객이 차지한다. 개별 여행객 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여행사를 통한 개별 여행객으로 추정된다.

단순한 계산으로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60~70%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806만여 명이었다.

그러나 관광공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아직은 추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행사들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여행사 관계자는 "이미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요는 사드 배치 발표 이후부터 계속 줄었다"며 "다만 개별관광객이 늘어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계속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만의 경우에는 중국의 여행 제한 조치로 초반에 50%, 연간으로 계산하면 30% 감소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현재 자세한 상황을 파악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지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 "한국 자강 기회로 삼아야"

이런 중국의 위협과 선동에 대해 한국 내부에서도 서서히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이 끓고 있다.

김석중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대표는 "중국이 우리를 깔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중국과 '조공 관계'에 있었는데, 그런 의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 대립 관계이지만,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미국에는 직접 이야기를 못 하는 것"이라면서 "이번에 우리가 중국 수준의 민낯을 봤으니 자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실장도 "중국의 협박과 위협에 정당성이 없다"며 "사드는 북한의 무력 도발 때문에 배치하게 된 것인데, 북한의 핵 개발 마지막 단계까지 중국이 묵인한 책임이 있으니 (사드 반대) 명분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 역시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대한(對韓)' 태도 자체에 대해 "우리나라를 굉장히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며 "일본이 사드를 배치했을 때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과 비교해 약소국은 흔들 수 있다는 중국의 오만한 외교의 단면"이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단순히 사드 배치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의 국제적 정치·경제 영향력을 키우려는 계획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도 이제 와서 미국과 한국의 사드 배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들의 우려를 강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라며 "가만히 있으면 아시아 전체의 미래와 관련, 계속 미국 주도로 갈 수 있다는 불안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석중 대표는 "중국은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세계 1위를 꿈꾸는데, 여러 측면에서 가장 큰 경쟁자가 한국"이라며 "이번 기회에 한국을 흔들어 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의 과도한 위협이나 한국과의 실질적 '경제 분쟁'이 중국 자신들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무역과 경제 교류라는 게 기본적으로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중국의 지금 태도는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한국에 '경제적 호혜'를 베풀고 있다는 식"이라며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수가 2만9000여개에 이르고, 이들이 현지에서 만들어내는 일자리와 경제적 부가가치가 막대한 데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 단교니, 불매운동이니 쉽게 언급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실제 보복이 이뤄지면 롯데 등 기업 입장에서 큰 타격이겠지만, 도가 지나치면 중국도 국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자유무역 수호자 등을 자처하더니 군사안보 문제 때문에 경제적 보복에 나서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도 "국제사회의 두 강대국(G-2) 가운데 하나가 중국인데, 국제 경제와 정치 질서의 한 축인 중국은 자국의 이익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대국'에 걸맞은 처신을 주문했다.

누리꾼들도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우리가 먼저 단교하고 중국산 불매 운동에 나서자", "우리기업 생산공장을 동남아 등으로 모두 옮기자", "롯데에 대한 협박과 제재로도 모자라 삼성, 현대까지 걸고넘어지는 것은 WTO 국제무역 질서에 대한 도발"이라는 주장과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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